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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디자인으로 공장 재정비…3년간 산재 ‘0’의 기적

근로자 심리·행동 특성 반영
KIDP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
적용기업 28곳 안전사고 전무

풍산디에이케이의 안전디자인 적용 전후 모습 [풍산디에이케이 제공]

“일하다 죽는 나라, 더는 용납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산업현장의 사망 사고에 대해 수차례 언급해왔다. 당선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산업현장에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영업정지, 입찰제한, 징벌적 배상제 등 기업의 존폐를 가를 정도의 제재 방안이 거론되며 산재 예방에 사운을 걸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산업현장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 산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주목된다.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 시행하고 있는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이하 안전디자인)’이 그 해법이다.

3일 KIDP에 따르면 안전디자인은 2022년 KIDP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협업으로 처음 시작됐다. 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를 활용해 근로자의 심리·행동적 특성을 고려한 안전디자인을 도입, 산단 입주기업의 산재·화재 등 다양한 안전문제를 진단·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첫 해 4개 국가산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 지난해까지 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이 실시됐다. 올해도 8개 기업을 선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안전디자인의 효과는 뚜렷하다. 사업이 진행된 28개 기업에서 현재까지 안전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수시로 산재가 발생하는 제조기업들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기적과도 같은 성과라고 산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사업을 완료한 배터리 부품 생산기업 풍산디에이케이는 안전디자인을 통해 산재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화학·유해물질이 사용되는 구리 소재의 도금, 표면처리 등 위험 작업이 주를 이루는 탓에 안전관리는 늘 회사의 숙제였다.

풍산디에이케이는 안전디자인을 통해 서비스디자인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비상 시 대피경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사업장 곳곳의 비상구 시인성을 대폭 개선했다. 바쁘게 오가는 지게차와 충돌을 막기 위해 보행자 동선을 명확히 구분했다. 공장 내 경사로나 돌출 구조물 경계선도 확 바꿨다. 안전디자인 적용 이후 아직까지 사업장 내 안전사고는 ‘0건’이었다.

풍산디에이케이 안전책임자는 “2012년 회사 설립 이후 고성장을 이뤘지만 사실 회사 내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은 터부시됐던 게 사실”이라며 “지난해 아리셀 화재 참사 이후 배터리 제조업체의 사고위험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안전디자인 사업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며 산단 내 입주기업들의 안전디자인 도입 의향도 증가하고 있다. KIDP가 7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2.2%가 ‘안전디자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10곳 중 8곳에 달하는 79.2%는 ‘안전디자인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히며 향후 사업 확대 필요성이 절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업 대상으로 지정되는 기업이 매년 8개 기업에 불과해 안전디자인을 산단 전반으로 확산시키기에 한계가 있다. 산단 내 한 제조기업 관계자는 “산재예방이 꼭 필요한 것임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여기에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기엔 중소기업 여건상 부담이 너무 크다”며 “안전디자인 사업이 연간 8개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탓에 대상 선정과정에 경쟁도 치열하다. 좀 더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윤상흠 KIDP 원장은 “디자인은 산업안전을 포함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도구로 확장됐다. 안전서비스에 참여한 기업 모두가 산업재해 ‘제로’를 달성했으며, 현장의 수요도 큰 상황”이라며 “더 많은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게 사업 확대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