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당국, 연간 100만명 추방 실적 압박
구금자 중 미국 시민·합법적 영주권자도
WP “미국 사업운영 정치 리스크 노출”
“트럼프 행정부가 폭력 범죄자가 아닌 이민 노동자들을 겨냥해 추방 할당을 채우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구금된 사태와 관련 미 의회 아시아태평양계 코커스(CAPAC)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조지아주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이 같이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6일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와 관련해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계 이민자를 포함해 수백 명이 구금됐으며, 이 가운데는 미국 시민과 합법적 영주권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CAPAC은 공동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폭력적 범죄자 대신 직장과 유색인종 공동체의 이민자들을 대규모 추방 목표를 채우기 위해 겨냥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국인 300여 명을 체포·구금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불법 체류자 연 100만명 추방’ 목표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기관이다. 이번 단속은 사실상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성과 과시’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추방 할당제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CAPAC는 “이 같은 무분별한 행동은 가족을 파괴하고, 경제에 타격을 주며, 동맹국의 신뢰를 훼손한다”며 “우리는 이번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구금된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법 절차가 보장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한국계인 앤디 김 상원의원,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을 비롯해 20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민주당은 이번 단속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민주·조지아)은 성명에서 “위험하고 폭력적인 범죄자를 거리에서 몰아내겠다는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이번 단속이 어떻게 부합하는지 행정부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기업들이 체류 자격이 불분명한 노동자를 어떻게 그렇게 많이 고용했는지 해명해야 한다”며, 이주 노동자 착취로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은 이번 단속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버디 카터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은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현대차 건설 현장 단속 영상을 공유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용감한 법 집행관들이 미국 노동자를 우선시하고 지역사회를 불법 이민이라는 재앙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취한 과감한 조치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면한 미국인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를 불법 이민자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최소한 트럼프가 있는 한 그런 일은 결코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이번 단속은 미국의 고율 관세를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벌어졌다”며 “LG 등 한국 대기업들이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미국 내 사업 운영에 따른 정치적 위험성을 다시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스티븐 슈랭크 미 국토안보수사국 애틀랜타 지부장은 “이번 단속은 기관 역사상 최대 단일 사업장 단속”이라며 “체포된 인원 중 일부는 불법 입국자이고, 나머지는 노동허가가 없거나 비자를 초과 체류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원청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들도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ICE은 지난 4일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 현대차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근로자 475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로 확인됐다. ICE는 이튿날 수갑과 족쇄를 찬 노동자들이 버스에 오르는 장면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단속은 국토안보부(DHS)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사업장 단속으로 기록됐다. 정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