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국립무용단 ‘사자의 서’
75분→60분 압축…밀도 있게 표현
75분→60분 압축…밀도 있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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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무용단 ‘사자의 서’ [국립극장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바람에 나부끼는 붉은 꽃잎처럼, 하얀 눈 위를 소리 없이 나는 새처럼, 무심히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시오, 그대 부디 잘 가시오.” (국립무용단 ‘사자의 서’를 압축한 김종덕 단장의 자작시)
이쪽의 삶과 이별하는 사람이 있다. 천천히 내딛는 걸음, 아쉬운 듯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가도 미련을 떨쳐내듯 작별을 고한다. 순리대로, 흐름대로 생사를 마주하는 담담하고 단호한 몸짓이 초연하고 고매하다. 죽음 이후 49일간 마주하는 망자의 이야기, 국립무용단의 ‘사자의 서’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단장은 “‘사자의 서’를 통해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충 보완의 관계라는 것, 서로 물고 물리는 순환의 과정이라는 것을 그려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용은 티베트 불교 경전인 ‘티베트 사자의 서’를 바탕으로 망자가 죽음 이후 49일 동안 내세에서 겪는 여정을 담아냈다. 죽음을 마주한 망자의 불안과 황망, 회한과 체념의 감정을 그렸고, 이승에서의 삶을 돌아본 뒤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여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
김종덕 단장의 국립무용단 취임 첫 작품이기도 한 ‘사자의 서’는 지난해 초연 당시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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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무용단 ‘사자의 서’ [국립극장 제공] |
김 단장은 “첫 공연에서는 단원들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내 동작을 (그들에게) 이식하는데 급급했다”며 “단원들과 함께하며 한 걸음 물러나 객관적으로 단원들의 개성을 파악하고 상징과 은유, 서정과 서사를 버무려 작품을 밀도 있게 전환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자의 서’의 주인공을 완전히 다른 성별과 연령대의 무용수를 세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초연에선 남성 무용수 2인이 표현했던 망자 역할을 이번엔 장현수, 조용진, 이태웅, 박소영, 김미애 등 남녀 무용수 5명이 표현한다. ‘죽음의 망자’인 장현수·조용진이 주역이다.
김 단장은 “우리의 죽음이라는 것은 획일화돼 있지 않다”며 “한 사람은 죽음을 정말 한국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무용수고 다른 한 사람은 세련된 몸짓으로 젊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죽음을 표현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시즌에서 ‘죽음의 망자’ 역을 맡은 장현수는 전통 한국 춤의 미학과 죽음의 관점을 풀어낼 주인공이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다”며 “죽음이 어떤 것인지 산 자는 그것을 몰라 죽음을 말할 수 없고, 죽은 자는 말할 수 없어 죽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에서 무용수들이 바닥을 치며 통곡하는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기분이 묘했다”고 했다.
초연 당시 75분 분량이었던 무용은 재연 무대를 맞으며 60분 분량으로 줄였다. 역동적인 몸짓의 장면을 압축되고 밀도 있는 구성으로 담아냈다.
김 단장은 “‘사자의 서’는 49일간 영혼이 이승에 머물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는다”며 “죽음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 삶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후회 없이 삶을 살아내자는 의미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7∼20일(해오름극장)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