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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살해한 이유가 ‘의사 못될까봐’ 강남역 의대생 교제살인 징역 30년 확정 [세상&]

지난해 5월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의대생 최모씨가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가족에 알리지 않고 혼인신고
불이익 입어 퇴학 당할 걱정
혼인신고, 스트레스 이유로 감형 주장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를 흉기로 수십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의대생 최모(26)씨에 대해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신숙희)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 대해 징역 30년, 보호관찰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최 씨와 피해자 A씨는 중학교 동창 사이로 2024년 2월께 교제를 시작했고 같은해 4월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A씨의 가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최 씨는 A씨 측이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관련 내용이 재학 중인 의과대학에 알려지면 징계 등을 통해 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실제 최 씨는 범행 전날 A씨와 다투면서 ‘네 아버지가 나를 고소해서 학력을 잃게 될까봐 무섭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씨는 범행 당일 아침 8시 50분께 범행 현장을 미리 둘러봤고 회칼 2개, 청테이프 2개를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했다. 최 씨는 같은 날 오후 해당 건물로 피해자를 불러내 목과 얼굴을 10여회 이상 찔러 살해했다. 최 씨는 자살 시도를 하다가 다시 피해자에게 돌아와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최 씨에게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도구를 ‘두 자루’ 준비하고 입을 막기 위해 청테이프까지 구매한 점, 사망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여러 번 찌른 점 등에 비추어 살해하겠다는 고의는 뚜렷하고 확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을 상당히 신뢰하고 의지했으나 무방비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고 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범행 무렵 부정적 상황을 과도하게 인식해 극도의 불안감과 절망감 ▷범행 이후 자살 시도 정황 등을 유리한 양형 이유로 참작했다. 장기간 실형 선고로 재범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보호관찰명령청구 및 부착명령청구도 기각했다.

항소심에 이르러 최 씨 측은 정신감정을 신청하는 등 감형을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징역을 30년으로 올리고 5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유리하게 판단했던 자살 시도, 심리적 특성 등을 불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장소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소방관에 의해 구조됐는데 약 5미터 인근에 있는 피해자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며 “최소한의 구호조치 등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연인 관계를 떠나 인명 자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씨 측은 혼인신고를 한 점을 들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참작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참작 동기 살인에 해당할 경우 기본 징역 4년~6년이 권고된다. 참작 동기 살인에는 ▷피해자의 귀책사유 있는 살인 ▷정상적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에서 가족 살인 등이 해당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형성했다고 볼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며 “범행 발생 책임 일부를 피해자 또는 가족들에게 미루거나 스트레스 등 정신심리학정 특성, 자살시도 등을 핑계로 책임을 감경 내지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징역 30년을 선고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