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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렌커부터 성해나까지…가을에 펼쳐지는 ‘문학’의 향연

‘서울국제작가축제’ 국내외 작가 29명 참여
대학로엔 ‘문학주간’…문학·공연 프로그램

 
옌렌커 작가(왼쪽)와 현기영 작가가 11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독서의 계절’인 가을의 문턱, 서울에선 문학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국문학번역원이 12일~17일 개최하는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아르코)가 13~19일 여는 ‘문학주간2025’를 계기로 국내외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서울에 모인다. 작가들과 직접 만나 문학을 매개로 생각과 감성을 공유하는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옌렌커·현기영…국내외 작가 총출동 ‘서울국제작가축제’

서울 인사동 그라운드서울에서 개최되는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에는 10명의 해외 작가와 19명의 한국 작가가 함께 참여한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축제는 ‘보 이 는 것 보 다 ( )’를 주제로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시대에 보이지 않는 것, 즉 본질과 진실을 탐구한다.

축제의 포문은 한국 문학의 거목 현기영과 중국 문학의 거장 옌롄커가 연다. 옌롄커는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풍자로 중국 내에선 금서로 지정된 작품이 많지만 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 카프카상 등을 유수의 문학상을 다수 수상하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 작가다. 현기영은 ‘순이 삼촌’ 등에서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깊이 있게 다뤄 왔다.

현기영은 11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물과 인간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보이는 것이 가짜일 수 있다”며 “사물과 사건, 인물의 내면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게 문학이다. 물질적 세태에 지나쳐 버리고 망각된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옌렌커는 “문학은 보이지 않는 진실을 말한다”며 “작가의 경험은 제한적이지만 작가가 써내는 진실은 무한하다. 유한한 진실을 통해 무한한 진실을 써낸다”고 말했다.

축제 주제 중 괄호( ) 안에 들어갈 말로 현기영은 “보이지 않는 것”, 옌렌커는 “인류의 진실, 문학의 진실”을 채워 넣었다.

두 거장은 12일 개막 대담에서 20세기의 비극을 함께 들여다본다. 현기영은 5·18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 등을 살펴보고, 옌렌커도 한국을 비롯해 여러 민족의 암흑기와 상처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폭력이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문학의 역할에 대해 현기영은 “인간에게 내재한 폭력성을 국가가 제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도리어 부추겨서 전쟁과 비극을 낳는 경우가 있다. 문학은 그런 국가를 견제하고, 아름다운 글로 폭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봤다.

옌렌커도 “폭력은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문학은 이 과정에서 사랑과 위안을 줄 수 있다”며 “어떠한 작가든 독자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동감했다.

그는 특히 동아시아에서 한국 문학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재차 축하하며 이는 한국 문학의 자랑일 뿐 아니라 아시아 문학의 자랑이라고 추켜세웠다. 한강을 비롯해 김애란 작가의 책도 빠짐없이 다 봤다는 그는 “한국 문학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 중국 문학은 약간 구속을 받는다”며 “상대적으로 번영한 한국 문학이 중심이 된다면 아시아 문학이 좀 더 발전하고, 유럽이나 미주 문학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포스터. [한국문학번역원]

 
영어덜트·디아스포라 등 장르 다양화

13일부터 이어지는 대담과 토론에는 다양한 분야의 대표 작가들과 주목받는 신예 작가들이 참여한다. 올해는 영어덜트, 디아스포라, 공상과학소설(SF) 등으로 장르를 확대했다.

영어덜트 분야에선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와 프랑스의 아드리앵 파를랑주가 그림책을 통해 ‘더 보이는’ 세계를 탐색한다.

아우구스트상을 수상한 스웨덴의 요나스 하센 케미리와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는 디아스포라 문학의 대표 주자로 각각 ‘얽힘’, ‘강인한 삶’을 이야기한다.

‘혼모노’의 작가 성해나와 소설가 우다영, 일본 시인 후즈키 유미가 함께하는 작가들의 수다도 눈길을 끈다. ‘핸드폰으로만 글을 쓴다면’을 주제로 한 MZ(밀레니얼+Z) 작가들의 대화를 통해 디지털 문화가 문학에 끼친 영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마테오 B. 비앙키(이탈리아), 빅토리아 마스(프랑스), 세라 핀스커(미국), 엘비라 나바로(스페인), 패트릭 드윗(캐나다, 미국) 등 해외 작가와 김숨, 김초엽, 심보선, 우다영, 최진영 등 국내 작가들이 독자를 만난다.
문학주간2025 ‘도움―닿기’ 포스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주간’엔 김혜순·박천휴 등 참여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문학주간’은 ‘도움―닿기’란 주제 아래 대학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문학과 공연, 토크 등이 어우러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먼저 13일엔 한국 최초로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와 김현 시인이 ‘생각보다 괴롭고 생각만큼 행복한 예술 세계’에 관한 대담을 나눈다.

개막 공연 ‘아무도 아닌, 누군가에게’에선 소설가 황정은과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배우 옥자연이 문학을 통해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자리를 갖는다.

이어 연극 ‘이런 밤, 들 가운데서’와 함께 진행되는 연출가와 시인의 대담, 백온유의 소설 ‘유원’을 원작으로 한 연극 무대와 낭독극, 기형도 시인의 ‘입속의 검은 잎’을 무대 위 생생한 목소리로 재현하는 입체낭독극 ‘기형도 플레이’ 등 문학을 다양한 형식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19일에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독일HKW국제문학상을 수상자인 김혜순 시인이 김상혁, 신해욱 시인 등과 함께 신작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를 낭독하며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