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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행에 침묵하는 순간, 당신도 ‘공범’이 된다

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맥스 베이저먼 지음/연아람 옮김/민음사]

시대마다 전쟁 범죄자나 희대의 성범죄자, 투자자들을 기만한 벤처 투자가 등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인물들의 악행을 분석할 때 보통 불우한 어린 시절과 함께 망상적인 신념, 대중을 휘어잡는 수려한 말솜씨 등의 이슈가 등장하는데, 사실 한 가지 간과되는 점이 있다. 바로 평범한 사람들의 지지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람들에겐 항상 사회적 지지라는 연료가 있었고, 덕분에 그들의 악행은 더 불타오를 수 있었다.

행동윤리학자인 맥스 베이저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그의 신간 ‘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에서 우리 중 그 누구라도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사람들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지적 한계로 인해 그들의 범법 행위를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혹은 그들의 권위나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자신이 받게 될 불이익 등을 고려해 입을 다물고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암묵적인 ‘공범’이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실리콘밸리의 최대 사기극’으로 알려진 테라노스 사태의 장본인인 엘리자베스 홈스는 소량의 혈액 샘플로 200여 개의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해왔지만, 그 누구도 그 기술의 실체를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크고 파란 눈,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젊은 여성 리더는 내부 이사진은 물론, 테라노스에 1억달러를 투자한 대형 약국 체인 월그린마저도 기술 시현을 보지 않고도 홈스를 지지하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물론 기술을 감추는 그의 일관된 태도와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들로 인해 위기의 순간이 오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이미 테라노스호(號)에 탑승한 이들은 모든 시그널을 애써 모른 척했다.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미국의 거대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악행에는 더 많은 ‘보통의 사람’들이 공범으로 가담한다. 와인스타인이 25년간 미국 할리우드·뉴욕,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창립한 엔터테인먼트 기업 미라맥스와 와인스타인컴퍼니 내에 일종의 ‘공모 문화’가 있어 가능했다.

이들은 와인스타인의 업계 내 권위 혹은 협박 등이 두려워 젊은 여성을 호텔까지 데려오고, 돈으로 당사자들의 입을 막는 등 와인스타인의 해악을 감추고 축소하는 데 동조했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악행에 공모하는 것은 복잡한 사건에 단순한 설명을 원하는 인간의 행동윤리학적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세간의 관심이 주범의 행동에만 주목하기에 공모자들의 역할은 간과하기 쉽고, 또 간접적으로 해악을 일으킨 사람에겐 온전한 책임을 묻지 않아서다.

또 동료의 악행에 동조하지 않으려면 정확한 사실 인지와 함께 사전에 명확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부지불식간의 공모를 예방하기 위해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