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미래포럼서 본 AI 흐름…“이젠 필수 인프라”
챗봇·자동심사까지…AI 녹여낸 글로벌 보험사들
“기술 쫓아도 어디에, 어떻게 쓸지 문제” 진단도
사람이 개입하는 구조 등 한국 보험 시장에 화두
챗봇·자동심사까지…AI 녹여낸 글로벌 보험사들
“기술 쫓아도 어디에, 어떻게 쓸지 문제” 진단도
사람이 개입하는 구조 등 한국 보험 시장에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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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보험개발원이 개최한 ‘2025 KIDI 보험미래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박성준 기자] |
미국 보험사 밀리만(Milliman)은 GPT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도입해 보험설계사의 질문에 자동으로 답변하는 챗봇 시스템을 실전 배치했다. 상품 조건부터 약관, 내규, 관련 법령까지 통합해 응답하는 이 시스템은 보험사의 내부 문서를 자동 학습한 AI가 응답하는 구조로, 단순한 질문 수준을 넘어 실무자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다. 보험금 청구 서류도 AI가 먼저 읽고 서명 여부를 식별해 심사에 반영한다. 그러면서 이 회사는 동시에 “최종 결정은 사람 몫”이라며 ‘사람이 개입하는 AI 원칙(Human-in-the-loop)’을 강조했다.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미국과 유럽 보험사들은 AI를 단순한 실험이 아닌 전사 운영 시스템의 일부로 흡수하고 있다. 챗봇, 자동 언더라이팅, 배상 청구 프로세싱, 상품 설계 시뮬레이션까지 각 단계에 AI를 녹여내며 보험의 새로운 기본 인프라로 도입하고 있다.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보험개발원이 주최한 ‘2025 KIDI 보험미래포럼’이 개최됐다. 보험미래포럼은 보험산업이 당면한 과제를 진단하고,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국제 정보 교환의 장으로, 올해 5회째를 맞았다. 현장엔 미국 보험감독자협의회(NAIC), 아마존웹서비스(AWS), IBM, 밀리만 등 글로벌 보험·IT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보험업에 AI를 녹여내는 해외의 방식
이날 보험미래포럼의 핵심 화두는 ‘AI=보험 인프라’였다. 미국·유럽의 주요 보험사들은 AI를 단순한 보조수단이 아닌, 상품 설계부터 언더라이팅, 배상 청구 심사, 고객 대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통합하는 중이다.
포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발표 중 하나는 밀리만의 생성형 AI 활용 사례였다. 밀리만은 단순 기술 개요가 아닌, 실제 자사에 적용 중인 AI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절차를 통해 현업과 연결했는지를 자세히 소개했다. 특히 클레임 부서와 설계사 지원팀에 도입된 ‘검색증강생성(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반 GPT 시스템은 발표 직후 현장 실무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밀리만은 이 시스템을 통해 설계사의 질의에 답변하는 챗봇을 운영 중이다. 이 챗봇은 단순한 규정 안내 수준을 넘어, 약관 해석, 내부 기준 적용, 신고 규정 검토까지 포함된 ‘통합 응답’을 제공한다. 특히 “실무자가 직접 문서를 찾아보는 것보다 빠르고 정확하다”는 내부 피드백을 바탕으로 챗봇 응답엔 항상 출처 링크가 함께 제공되며, 사람이 검토하는 구조(HITL)를 기본으로 설계했다는 점이 강조됐다. 톰 프린스 밀리만 수석 상담사는 “우리는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라며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설계와 절차를 어떻게 함께 가져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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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프린스 밀리만(Milliman) 수석 상담사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KIDI 보험미래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
IBM은 보험업계의 AI 예산 중 67%가 여전히 반복 업무 자동화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는 언더라이팅·리스크 평가·마케팅 등 전략적 영역으로 투자 초점이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보험사는 AI 도입 이후 배상 청구 처리 시간 단축, 민원률 감소, 상품 출시 속도 개선 등의 성과를 보고했다.
AWS는 기존 시스템의 한계와 클라우드 기반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테리 뷰크너 AWS 글로벌 보험 코어시스템 책임자는 “보험사 IT 예산의 70%가 유지보수에 묶여 있다”며 “AI든 무엇이든, 코어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본질적인 변화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마이크로서비스 구조의 전환 없이는 모델 학습·배포·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언급됐다.
국내 보험사의 현재 위치는 어디쯤?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AI 관련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여러 생명·손해보험사가 내부 업무 자동화 로봇(RPA)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챗봇과 자동심사 기능을 일부 업무에 접목하며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예컨대 삼성생명은 리걸 AI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투자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며, 한화생명은 AI 연구소를 설립해 설계사 대상 가상대화 훈련 설루션을 개발했다. 교보생명은 GPT 기반 내부 시스템 ‘교보GPT’를 도입하고, AI 자동심사를 통해 보험금 지급 기간을 업계 평균보다 절반 이상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사도 활발하다. 삼성화재는 장기보험 계약의 대부분을 AI 기반 자동심사 시스템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DB손해보험은 블랙박스 영상을 기반으로 한 과실비율 자동 산정 AI를 특허 등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데에 공감했다. 양경희 보험개발원 데이터신성장실장은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수년 전 보험연구원의 CEO 설문에서도 ‘AI를 도입 중’이라는 응답은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어떤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물으면 분명히 설명한 사례가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형식적으로는 AI 투자를 하고 있지만, 내부 시스템 고도화나 효율 개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양 실장은 “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등 일부 영역에서 활용 경험이 축적되고 있지만, 생명보험은 여전히 ‘기초 인프라 정비 단계’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예측 모델 개발, 언더라이팅 자동화, 맞춤형 보장 설계와 같은 논의는 활발하지만, 이를 소비자 상품에 구현하는 데까지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부 발표자는 “모델 개발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내부 검증 체계나 데이터 정합성, 그리고 최종 승인 절차에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번 포럼은 기술 도입 자체보다 어떻게 책임 있게, 실효성 있게 AI를 ‘운영에 녹여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국 보험시장에도 던졌다. 실제로 해외 연사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사람이 개입하는 구조 ▷모델 설명 가능성 ▷데이터 편향 관리 등이었다.
이에 대해 허창언 보험개발원장은 “AI 데이터 윤리,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의 신뢰성과 책임성 확보가 선결 과제”라며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보험산업이 시대에 걸맞은 투명하고, 책임 있는 혁신 모델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