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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역사’ KOVO컵, 무사안일 행정 속 결국 ‘반쪽짜리 이벤트 대회’로 전락

현대캐피탈 “뛸 선수가 없다” 중도하차
국제배구연맹 승인 없이 KOVO컵 개최
9시간만에 ‘취소→재개’ 번복 대혼란

KOVO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컵대회)가 결국 반쪽짜리 이벤트 대회로 전락했다.

돌발 사고나 외부 요인에 의해서가 아닌, 한국배구연맹(KOVO)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2024-2025시즌 남자부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15일 “외국 선수에 이어 배구 국가대표 예비 명단에 포함됐던 선수들까지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번 대회를 더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KOVO에 양해를 구한 뒤 대회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선수 구성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미 한 경기를 치른 현대캐피탈의 잔여 경기는 부전패로 처리된다.

이에따라 외국 초청팀까지 포함해 8개 대회로 치를 예정이었던 컵대회는 V리그의 남은 6개팀이 경쟁하는 반쪽짜리 이벤트 대회가 됐다.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파행은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FIVB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후 3주 이상의 휴식기를 가지고서 각국 리그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나 KOVO는 컵대회를 ‘이벤트 대회’라고 규정하고 대회 개최를 밀어붙였다.

FIVB가 규정한 국제대회 기간은 오는 10월 19일까지다. 오는 28일 끝나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이후 일정기간 휴식기를 포함한 것으로, 이미 오래 전 공지된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복수의 구단이 컵대회 일정이 국제대회 기간과 겹치면 안된다는 FIVB 규정에 위배된다며 KOVO에 여러 차례 문의와 문제 제기를 했지만 KOVO 측은 문제없다며 대회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OVO는 그러나 FIVB에 외국인 선수 출전 여부를 문의하다 컵대회 자체에 제동이 걸렸다. KOVO가 FIVB에 재문의하고 답변을 받는 과정에서 대회를 취소하고 9시간 만에 이를 다시 번복하는 촌극이 잇따랐다.

FIVB는 조건부 개최를 허용하면서 ‘KOVO컵을 위한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제한’, ‘외국팀 및 외국인 선수 참가 불허’, ‘예비 명단을 포함한 세계선수권대회 등록 선수의 출전 불허’ 등의 조건을 달았다.

결국 KOVO 측의 미숙한 행정으로 초청팀 나콘라차시마(태국)는 한국에 왔다가 공식경기를 한 경기도 못치르고 떠나게 되는 국제적 망신을 샀다.

또 세계선수권에 등록된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돼 결국 지난해 리그 챔피언 현대캐피탈이 중도하차하는 초유의 참사를 맞게 됐다.

KOVO는 컵대회를 ‘이벤트 대회’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지금껏 어떤 구단이나 선수, 팬들도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컵대회를 이벤트라고 여기고 준비하거나 즐긴 적이 없다.

2006년부터 시작된 KOVO 컵대회는 매년 남자 프로배구 V리그 전초전 격으로 열린 공식 대회다. 심지어 코로나19 기간에도 무관중으로 개최하며 대회 전통을 이어 왔다.

KOVO는 통상 컵대회와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우승하면 ‘트레블’(3관왕)이라는 빛나는 영예로 인정해 왔다. 상금도 지급했다. 친선전같은 이벤트와는 급이 다른 무대다.

하지만 KOVO는 타이틀 스폰서 여수시와 NH농협의 후원까지 받은 이 대회를 스스로 ‘이벤트 대회’로 격을 낮춰 버리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이미지 타격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