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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는 코스피로, 부실주는 상폐로…남는 게 없는 코스닥 [투자360]

바이오·혁신기업 무대 코스닥 상위기업 코스피로 이전
퇴출 빨라지고 진입문턱은 높인 당국 규제로 입지약화
미국·일본 등은 진입·퇴출 균형으로 활로 모색과 대조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5.79p(0.46%) 내린 3433.83로,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9p(0.20%) 내린 850.15로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0.9원 내린 1378.0원으로 출발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경예은 기자] 코스닥 대표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이 코스피 이전상장을 공식 검토하면서 침체된 코스닥 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전통적으로 바이오와 혁신기업의 무대였던 코스닥에서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코스피행을 선택하는 것은 시장 정체성 자체를 흔드는 사건이라는 평가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은 17일 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열고 이전상장 추진 배경을 설명할 예정이다. 지난달 “코스피 이전은 기업 신뢰도와 투자자 저변 확대, 자금 조달에 유리하다”며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업계에서는 코스닥을 대표해온 바이오 대형주마저 코스피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코스닥 입지 약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알테오젠 본사 전경. [알테오젠]

퇴출은 빨라지고 진입은 어려워져…“코스닥에 남을 유인 없다” 업계 하소연

코스닥의 매력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올해 7월 전면 시행된 상장폐지 제도 개편이 있다. 당국은 부실기업 퇴출을 앞당기겠다며 상장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500억·매출액 300억, 코스닥은 300억·100억 기준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도록 했고, 감사의견도 2년 연속 ‘비적정’이면 곧바로 상장폐지된다. 절차 역시 간소화돼 코스닥은 상장적격성 심사가 기존 3심제에서 2심제로 줄었고, 최대 개선기간도 2년에서 1년 6개월로 단축됐다.

퇴출 문턱이 높아진 것과 동시에 진입 규제도 강화됐다. 같은 달부터 IPO 제도도 손질돼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확대되고, 수요예측 과정에서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청약은 사실상 막혔다. 그 결과 중소기업들은 상장 비용과 규제 부담이 커졌고, 코스닥 신규 상장은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스닥에 머물 동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시장에 들어와 자금 조달을 하려는 목적이 크지만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고정비가 늘어 부담이 된다”며 “코스닥이 하부 시장이 아니라 독자적 시장으로서 매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입·퇴출 균형으로 활로 모색…“나스닥은 시장참여자가 가치평가”

해외 주요 시장은 양방향 규제 국면에서도 진입과 퇴출의 균형을 맞추며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규제 과정에 시장 참여자인 주관사와 기관 투자자의 역할이 주도적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미국 나스닥은 대표적인 들어오고 나가는 게 쉬운 시장이다. 나스닥은 2024년 들어 스팩 합병 기한을 넘긴 기업에 대한 청문 절차 연장 권한을 제한하고, 최소 입찰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의 상장폐지 절차를 가속화하는 등 퇴출 기준을 강화했다. 반면 성장 잠재력이 입증된 기업이라면 적자 상태에서도 상장을 허용하는 진입 유연성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주관사와 기관투자자가 기업가치 평가를 책임지는 구조여서, 규제기관이 일괄적으로 문턱을 높이지 않고 시장이 옥석을 가리도록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홍콩도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혁신기업 전용 상장 트랙을 마련하고, 창업자의 지배력을 인정하는 차등의결권(이중등급주) 제도를 허용해 수익성이 입증되지 않은 바이오·기술기업에 자금 조달 기회를 넓혔다. 대신 상장 이후 요건은 엄격히 적용해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하는 구조를 유지한다.

반면 한국 코스닥은 진입과 퇴출의 문턱을 동시에 높이면서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진입은 열어주되 퇴출은 철저히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나스닥처럼 주관사의 책임을 키워 규제기관은 최소한의 역할만 하고, 시장 내에서 자연스럽게 옥석을 가리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단순 수치로 걸러내기보다, 개발을 이어가는 기업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촘촘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은 신생·바이오 기업 중심이라 리스크가 있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 비중이 크고, 적자 기업도 많다”며 “이는 R&D 등 투자 확대에 따른 것이므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주관사와 기관의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 신성장 산업은 사이클이 빠르기 때문에 주관사와 기관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가려내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