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관세 27.5%→15%로 8조원 절감 효과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문서화 과제
총리 교체후 美상무와 핫라인 내각 집중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문서화 과제
총리 교체후 美상무와 핫라인 내각 집중
대미 수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며 한숨돌린 일본이 반도체 등의 최혜국 대우 보장과 대미투자 부담 완화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며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질지조차 불투명한 한국 입장에선 일본과의 대미무역 경쟁력 선점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의약품 분야에서 최혜국 대우 시행을 이른 시일 내에 미국 행정명령으로 명문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의약품 관세에 대한 미국의 최혜국 대우 적용 시기를 아직 알 수 없어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분석에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일본산 자동차 관세 인하 등이 포함된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여기에는 일본산 반도체와 의약품에 최혜국 대우를 한다는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자동차보다 수익성이 좋은 반도체와 의약품에는 자동차(25%)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에 25% 관세를 처음 부과한 것도 자신이었다며 “그들은 수년간 아무 관세도 내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15%를 내고 있으며 어떤 것들은 더 많은 관세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는 더 낼 수 있고, 의약품도 더 낼 수 있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이익률(margin)이 (자동차보다) 더 높다”고 덧붙였다.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꽤 상당한 관세”를 예고하며 한 때 ‘100%’를 거론한 바 있으며, 의약품에 대해서는 150∼250%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일본 측에서 최혜국 대우 보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일본 측 관세협상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행정명령을 통해 최혜국 대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계속해서 미국 측을 압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24년도 일본의 대미 수출액에서 반도체 제조장비는 5116억엔(약 4조8000억원), 의약품은 4071억엔(약 3조8000억원)이었다.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만 신경쓰는 게 아니다. 5500억달러(약 761조원) 대미 투자에 대한 부담 완화에도 노력 중이다. 투자를 검토하는 위원회는 미 상무부 장관이 의장을 맡고 미국인으로만 구성돼 있는데, 이들과의 협상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야마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계속해서 미국과 합의의 성실하고 신속한 실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가 공개한 각서에는 미 정부의 ‘투자위원회’가 투자처를 선정하고 일본이 투자금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다시 인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는 일본이 돈만 내는 격이어서 정부는 내용을 다시 정밀조사해 필요한 수정을 미국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일본 정부는 산업계 요구사항 역시 꼼꼼히 살피며 미 관세 후폭풍에 대비하고 있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분석해 기동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경우 신속한 대응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 자동차 업계가 “15% 관세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며 정부에 다양한 차선책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세 악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일본 내 자동차 산업 관련 세제 개편 역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국제무역투자연구소가 2024년 자동차·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액을 근거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관세율이 27.5%에서 15%로 인하되면 관세액은 약 2조엔(약 18조원)에서 1조1000억엔(약 9조900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동차 관세가 15%로 인하됐다하더라도 당초 2.5%보다는 6배 높은 것이어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대기업 7곳의 2026년 3월기 결산 영업이익은 총 2조6000억엔(약 23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퇴진에 따라 교체될 내각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등과 핫라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새로운 총리 선출과 내각 구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한편 이날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8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대미 수출액은 1조3854억엔(약 12조460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13.8% 줄었다. 이는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감소하며 8월 무역수지는 2425억엔(약 2조1800억원) 적자를 기록, 2개월 연속 적자행보를 이어갔다. 김지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