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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대상 사업재편 계획 컨설팅 마무리…첫 테이프는 끊었다 [석화재편 발표 한달]

재편 계획서 작성 안내·질의응답 진행
연말 데드라인까지 남은 시간 촉박해
3대 산단 통폐합 논의 중이지만 난항

여수석유화학국가산단 전경.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와 사업 재편안 협약을 맺은 지 한 달여만에 본격적인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가 최근 각사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재편 계획서 작성 컨설팅을 마무리하며, 사실상 첫 단계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연말까지 감축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추석 연휴까지 겹쳐 실제 논의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계속되면서 업계는 서둘러 재편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9일 이틀간 대한상공회의소 사업재편종합지원센터에서는 주요 석화업체 10곳의 사업재편 담당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재편 계획서 작성을 위한 컨설팅이 진행됐다. 업체별로 약 2시간씩 진행된 해당 컨설팅에서는 계획서 작성 요령 안내와 질의응답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화학산업협회가 주최한 컨설팅에는 석화업체 관계자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화학산업팀, 사업재편종합지원센터,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컨설팅 가이드라인에 맞춰 각사는 내부적인 사업재편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사업재편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개별 회사가 구체적인 재편 계획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달 구체적 구조개편 내용 나올 듯

NCC(나프타분해시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플라스틱이나 합성고무, 합성수지 원료로 만드는 석유화학 산업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전 세계 공급 과잉, 수요 둔화, 원가 경쟁력 약화로 지난해 국내 NCC 가동률이 77%까지 떨어지며 업계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0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석유화학 구조개편 3대 방향을 제시했다. ▷과잉설비 감축과 고부가 제품(스페셜티)으로의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영향 최소화가 골자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3대 석화 산업단지 대상 구조개편 동시 추진 ▷충분한 자구노력 및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 계획 마련 ▷정부의 종합지원 패키지 마련 등 3대 원칙도 세웠다.

또한 NCC를 보유한 주요 석유화학 기업 10개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최대 370만톤(t)에 달하는 에틸렌 생산시설을 자율 감축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국내 전체 나프타 생산량(1470만t)의 18~25% 수준으로,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신규 생산량까지 감안한 규모다. 각사가 자구안을 내놓을 데드라인이 100일가량 남으며 정부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과 관련해 “저희 생각보다 기업의 노력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석화 산업 구조 개편은 정부·기업·금융권이 공동 작품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10월 정도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장관은 오는 19일 울산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방문해 기업들과 간담회를 갖고 구조개편 방안 등을 논의 예정이다.

“치킨게임에 업황 반등 쉽지 않아”…특별법 촉구

정부는 이번 사업재편 계획서에 각사가 제출하는 설비 감축 및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과 재무구조 개선 등 내용을 토대로 맞춤형 금융·세제·R&D(연구개발) 지원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여수·대산·울산 등 3대 석화단지에서 NCC 통합·폐쇄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수에서는 GS칼텍스를 중심으로 LG화학 등이 NCC 통폐합 방안을 논의 중이며, NCC를 정유사에 넘기고 석화업체는 2차 제품에 집중하는 수직통합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결론은 미지수다.

울산에서는 SK에너지에서 나프타를 공급받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의 NCC 통합·계열화 구상이 거론되지만, 대한유화의 자금 부담이 변수로 꼽힌다. 대산에서도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HD현대오일뱅크 간 통합 시나리오가 오르내리지만 협상 난도가 높다는 평가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하는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간 설비 통합 전망도 나오지만, 여천NCC의 경우 한화와 DL이 지분을 절반씩 보유해 합작사 간 의사 결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책은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업스트림(기초 유분) 부문은 여전히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치킨게임 같은 구조에서 업황 반등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구조 개편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산 통합 과정에서의 세제 부담을 줄이거나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의 한시적 완화 등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