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부터 오락가락하는 반도체 관세
대미 투자 불확실성 커져
“美도 뾰족한 수 없어 말 압박만 거듭” 분석도
대미 투자 불확실성 커져
“美도 뾰족한 수 없어 말 압박만 거듭”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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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이번엔 다시 관세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란한 입’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 정부의 지분 매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엄포를 놓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하는가 하면 이제는 다시 100% 관세율 카드를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에도 반도체에 대한 100%의 품목 관세 부과 방침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를 약속 받았다며 진화에 나섰는데, 트럼프가 다시 이 언급을 반복한 것을 두고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후속 논의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이자 대미 수출품 중에서도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실제로 반도체에 상호관세율(15%)을 훌쩍 뛰어넘는 100%의 고관세가 적용될 경우 국내 생산 제품의 이익률이 현저히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미국 내 공장 확대 및 현지 투자 추가 유도를 위한 트럼프의 노림수도 숨겨져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방문을 위해 미 백악관을 나서며 “반도체와 의약품은 자동차(25%)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품목의 관세율은 100%, 의약품은 150~250%로 언급한 바 있다. 미 정부는 앞서 8월 중 반도체 품목에 대해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공식 발표도 없던 상황에서 압박만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불확실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초부터 반도체에 매기는 관세에 대해 오락가락 발표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8월 초에는 “해외에서 온 반도체에 대해서 10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가 “미국 내 생산하거나 생산 계획이 있는 기업에는 관세를 면제해줄 것”이라 예외 규정을 달았다.
이에 미국 내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숨을 돌렸지만, 지난달 19일에는 다시 보조금을 볼모로 기업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보조금을 주는 대가로 지분 10%를 인수키로 했는데, 이와 동일한 형식으로 보조금을 지분 취득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거론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 기업들이 반발할 여지가 보이자 미 정부는 “대미 투자 확대를 약속한 기업은 지분 요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다시 단서를 붙였다.
이후 우리 정부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조선 분야 및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에 투자할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 조성하겠다면 미국 측에 이른바 ‘선물’을 안겨줬다.
그럼에도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미국 상무국 산업안보국(BIS)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법인을 VEU 승인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줄이라는 압박으로 해석됐다.
이에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법인은 오는 12월 31일부터 중국 현지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들일 때마다 건별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은 전체 D램의 40%·다롄 공장은 낸드플래시의 30%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 미국은 일본처럼 펀드의 투자 용처 결정권 및 투자 이익 수취에 대한 주도권을 요구했고 우리나라는 이에 반대하면서 팽팽히 맞서는 중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발언이 다시 나오게 됐다.
반도체 업계는 2~3주마다 반복되는 트럼프 정부의 오락가락 노선에 좌불안석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전 발표된 내용을 뒤집는 입장이 거듭되면서 미국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상시화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려면 안정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이유 중에 하나가 보조금을 노린 측면도 있는데, 이런 부분이 불확실해 지면서 미국에 투자할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차세대 산업인 반도체에 대해 견제와 동맹을 함께 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도 답답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오히려 미국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말로만 압박을 거듭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도 우리나라도 불안함 해소를 못하는 상황이라, 섣불리 우리가 먼저 반응을 보이거나 대응할 필요는 없어보인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