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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1심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특경법 횡령·배임 무죄
공정거래법 위반만 인정
“계획적·조직적으로 정면 위반”
공정거래법 위반만 인정
“계획적·조직적으로 정면 위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권을 되찾기 위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받고 법정구속됐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됐다. 3300억원 상당의 계열사 자금 횡령, 2700억원 규모의 계열사 배임 혐의가 무죄로 인정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김종호)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박 전 회장이 금호그룹 지배권을 되찾는 ‘그룹재건계획’을 수립·실행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금호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윤모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박모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김모 씨는 무죄를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삼구의 금호그룹에 대한 지배권 회복 및 유지·강화를 목적으로 공정거래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그룹 전략경영실을 통해 계열회사의 자금을 직접 관리하는 등 계획적·조직적 범행이다. 계열회사 재무 상황이 열악한 상태에서 매우 큰 규모로 부당지원 및 부당이익을 제공해 죄책이 무겁다”고 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자신이 100% 보유한 특수목적법인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통해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의 자금 3300억원을 횡령하는 등 혐의로 지난 2021년 기소됐다. 2016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지분을 2700억원에 저가 매각한 혐의(특경법 배임)도 받는다.
또 금호기업이 자금난을 겪자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 계열사 9곳 자금 1306억여원을 무담보 저금리로 빌려준 혐의도 받는다(공정거래법 위반). 스위스의 게이트 그룹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저가에 넘기는 대가로 금호기업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을 투자받은 혐의도 받는다(특경법 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횡령·배임 회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형량이 대폭 줄었다. 우선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을 끌어다 쓴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같은 행위만으로 횡령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회사들의 자금이 금호기업의 금호산업 주식 인수자금으로 사용되기는 했다”면서도 “이같은 용도로 사용됐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회사들의 자금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 즉 불법영득의사를 갖고 있었다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 회사들의 자금제공은 변제기, 이자 등 거래조건이 통상적인 경우에 부합했다. 충분한 규모의 담보도 제공됐다”며 “(금호기업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변제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 원리금의 변제가 모두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이뤄진 자금 대여로 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주식을 금호기업에 ‘반값 매각’해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도 무죄가 나왔다. 금호터미널 매각 가격이 부당하게 산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주식 가치가 현금흐름할인법(DCF) 기준 5900억원,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 기준 5700억원에 달했으나 금호기업이 2700억원에 인수해 부당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식 매각가격 결정 과정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2011년 금호터미널 주식이 2555억원에 매각된 사례가 있다. 상증세법, DCF 평가방법에 의한 결과를 그대로 금호터미널 주식가치로 보기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2700억원의 매각 가격은 금호터미널 주식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거나 적어도 현저하게 저가로 결정된 가격은 아니다”라며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유죄가 인정된 혐의는 공정거래법 위반(부당이익제공·부당지원)이었다. 박 전 회장 개인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를 이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먼저 금호그룹 계열사가 금호기업에 1306억원에 달하는 자금은 저리에 빌려준 것이 유죄로 판단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대여했다. 박삼구에게 금호그룹에 대한 지배권이 유지·강화되는 부당이익 제공됐다”며 “금호기업이 관련 시장에서 유리한 경쟁조건을 누리는 부당한 지원에 해당한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을 매개로 금호기업이 1600억원 상당 BW 투자를 받은 것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정됐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계약을 게이트그룹(현 HNA그룹)에 1333억원에 넘기는 대신, 게이트그룹이 금호기업에 1600억원의 자금을 최장 20년간 0% 금리로 지원하는 계약을 맺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계약과 연계해 게이트그룹(HNA그룹)이 금호기업 BW를 인수했다. 금호기업에 유리한 조건의 거래로 박삼구의 지배권이 유지·강화됐다”고 했다. 다만 기내식 사업권 매각 자체를 배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이 독점사업권 내지 독점공급권을 저가에 양도·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