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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조정·대출 사이 혼란…신청 창구 일원화 해야”

새출발기금 캠코·신복위 결합해 채무조정
매입형 절차 지연 등으로 실적 저조 등 한계
법원-신복위-캠코 역할 재정립 필요성 제기
“창구 단일화·연체 전 단계 지원 확대해야”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서민금융 지원제도 수요자 중심 전환을 위한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신장식(뒷줄 왼쪽에서 네번째) 조국혁신당 국회의원과 발제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호원 기자]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 2019년 5월 5일 어린이날. 경기도 시흥에서 30대 부부가 두 자녀와 좁은 차 안에서 연탄불로 생을 마감했다. 큰 빚을 지고 개인회생을 하던 중 실직으로 개인회생이 폐지됐기 때문이었다.

빚더미에 짓눌린 채무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다양한 채무조정 제도와 정책금융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제도를 운영하는 기관이 각각 다르고 이들 간 연계가 부족해 채무자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각 채무조정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채무자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단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서민금융 지원제도 수요자 중심 전환을 위한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채무조정 제도의 개선 방향을 놓고 현장 실무자와 전문가의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대성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채무자는 채무조정을 받아야 할지, 정책대출을 찾아야 할지부터 막막한 상황”이라며 “플랫폼이나 상담 창구 단일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무자가 채무조정 단계에서 느끼는 어려움으로 ▷제도별 유불리 비교의 어려움 ▷채무조정 이후 재기를 돕는 복지 부재와 대출에 의존하게 만드는 구조 ▷정권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정책 대출 재원 등을 문제로 꼽으며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안정적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수요자 관점으로 본 한국형 채무조정 제도의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제한 정장호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신용회복위원회지부 지부장은 새출발기금의 장점과 한계를 짚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등으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대출 상환 조건을 완화하고, 부실 차주에게는 원금 감면 등을 지원하는 정부 주도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새출발기금은 채무자가 채무조정이 필요해 신청을 하면 연체 채무 특성에 따라 ▷연체 90일 미만 부실우려차주(신용회복위원회의 ‘중개형 채무조정’) ▷90일 이상 부실차주(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채권매입형 채무조정)로 나누어 진행된다.

정 지부장은 “채무자가 스스로 채무 특성을 고려해 필요 기관에 따로 연락할 필요 없이 단순 신청 기반으로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과거 다중채무자의 경우 10건의 채무가 있을 때 8건의 채무가 감면된다고 해도 나머지 2건의 채무가 남아있어 채무자의 고통이 지속됐지만, 새출발기금은 캠코와 신복위가 결합한 형태로 운영돼 각 채무조정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득이 불안정해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밟기 어려운 소상공인에 대한 감면 폭을 넓힌 점을 의미 있는 개선으로 꼽았다.

그러나 한계도 뚜렷했다. 정 지부장은 “캠코와 신복위가 새출발기금이라는 하나의 제도 안에 묶여있다 보니 채무조정 상담 과정마다 연락해야 하는 담당자가 달라져 채무자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며 “기관 간 협력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캠코에서 진행하는 매입형 채무조정의 경우 채무자의 신청 이후 채권 매입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채권 심사·가격 협의 등으로 채무조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채권매입형 채무조정을 성과를 비교했을 때 국민행복기금은 2년간 38만명을 지원한 반면, 새출발기금은 2년 9개월간 14만명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정 지부장은 해결 방안으로 신복위로 신청 창구로 일원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신복위가 간사 기관으로서 역할을 맡아 법원·캠코와의 채무조정을 연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법원이 채무조정 판단 기준을 신복위에 공유해 신복위 상담 창구에서 활용하며 채무감면 폭도 넓어지고, 채무자들의 절차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연체가 발생하기 전인 부실 우려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됐다.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보면 연체가 발생한 기업뿐만 아니라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들도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정작 금융감독상 금융소비자보호체계 하에 있는 개인은 연체가 발생해야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다”며 “연체 우려가 있는 단계부터 채무조정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체가 발생한 채무자는 신용등급 강등 등 연체 발생 직후부터 금융사와의 관계에서 거의 모든 교섭력을 잃게 돼 ‘팔 꺾고 권투하는 격’”이라며 “개인채무자보호법의 배제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