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같은편 아니었어?” 머독, ‘엡스타인 연관 보도’ 100억불 소송 트럼프에 “언론자유 모독”

미성년자 성범죄자 엡스타인 관련 보도에
트럼프, 100억달러 손해배상청구소송
언론재벌 머독 법원에 “소송 계속 하면 안돼” 답변서 제출

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루퍼트 머독(왼쪽) 폭스 전 이사회 의장과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창업자이자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이사회 의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자신에게 불리한 보도에 대해 허위라 주장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두고,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전 뉴스코프 회장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이 계속 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3년 제프리 엡스타인의 5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편지를 묶어서 만든 앨범(일명 ‘생일 책’)에 트럼프가 여성 나체를 그린 편지가 본인 서명과 함께 들어가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엡스타인에 대해 ‘정말 멋진 놈’, ‘함께 있으면 매우 즐겁다’, ‘나만큼이나 아름다운 여성들을 좋아한다’ 라며 그와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성공한 사업가였으나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온 일들이 알려지면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고, 교도소 수감 중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미성년 성범죄는 미국에서 가장 파렴치한 범죄로 치부돼, 엡스타인과 연루됐다는 추문은 정치인에게 치명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 보도 다음날, 거짓된 기사로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플로리다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 2명과 WSJ을 발간하는 다우존스앤드컴퍼니, 그 모회사인 뉴스코프, 회사의 임직원들, 뉴스코프 창립자인 머독 전 회장 등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었다.

머독 등 피고들은 22일(현지시간)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트럼프가 문제삼고 있는 보도의 내용은 사실이며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거액의 손배소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모독”이라 비판했다. 피고들은 의회에서 최근 공개된 ‘생일 책’에 WSJ이 7월 17일 보도했던 트럼프 대통령 명의의 편지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보도의 진실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당시에는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과시하고 있었으므로 두 사람 사이에 친분이 있다는 보도 내용이 명예훼손이 될 소지도 없다고 덧붙였다.

피고들은 사실임이 입증된 내용을 보도한 신문의 입을 다물게 만들려고 미합중국 대통령이 법적 근거가 전무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 소송은 계속 진행되도록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반격’에서는 머독 회장이 직접 피고 입장에서 소송의 부당함을 주장한 것이 눈길을 끈다. 머독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1970년대부터 친분을 다져왔고, 2016년에는 트럼프를 지지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도 머독이 소유한 폭스(FOX) 뉴스 등의 언론을 활용해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2020년 대선 후 트럼프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머독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19일 플로리다중부 연방지방법원 탬파지원의 스티븐 메리데이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낸 150억달러(21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소장에 담긴 주장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길어 “명백히 부적절하고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연방법원의 민사소송 절차 규정에 부합하도록 보다 명쾌하고 간략하게 재작성해서 제출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