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정부 압박 속 기업별 대응 한계
해외 자산 정리가 ‘현실적 해법’…비핵심 자산 매각 ‘첫 단추’
해외 자산 정리가 ‘현실적 해법’…비핵심 자산 매각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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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에 위치한 카리플렉스 공장 [출처=DL케미칼] |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수익성 악화와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겹치면서 석유화학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문턱에 섰다. DL케미칼이 세계 1위 특수라텍스 업체 카리플렉스 매각을 검토하는 가운데 해외 자산부터 현금화하는 기조가 업계 전반에 통용될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은 종속회사 DL케미칼이 카리플렉스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카리플렉스는 DL케미칼이 2020년 약 6200억원에 인수한 회사로, 수술용 특수장갑 소재인 이소프렌라텍스(IRL) 분야서 손꼽히는 업체다. 지난해 순이익 255억원을 기록하는 등 현금창출력이 있는 알짜회사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DL의 움직임을 리밸런싱 카드 탐색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범용 제품의 수익성 제고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한편 국내 NCC(나프타분해설비)의 낮은 가동률과 고유가·고금리에 따른 원가 부담은 석유화학 업계의 고민거리로 인식되어왔다.
정부 역시 구조조정 압박을 강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연말까지 각사에 사업재편안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LG화학·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한화토탈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 10곳은 지난 8월 자율협약식에서 NCC의 생산 능력을 자발적으로 270만~370만톤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전체 NCC 생산 능력(약 1470만톤)의 18~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가 ‘선(先) 자구, 후(後) 지원’을 예고한 상황에서 일부는 이미 라인 손질에 들어갔다.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타진해왔고, PVC 라인 일부는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을 추진했다. 반면 대규모 설비 감축 혹은 매각은 지역경제 충격이나 합작 구조의 이해관계 조율 등 복합적인 요인에 가로막혀 속도가 더디다. 일례로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합작사 여천NCC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영업손실을 내며 턴어라운드에 실패해 재무적 완충력이 급격히 약화된 상태다.
이에 DL케미칼이 여러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에는 단순한 현금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다. 앞서 시장에서는 재무주치의 역할을 해 왔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에 석화업계의 얽힌 매듭을 풀 역할이 기대되었으나, 인수 후 재매각을 통한 차익실현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펀드 특성상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대형 PEF가 과거 석화사 딜을 검토했으나 성사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외사업장부터 우선 정리하고 국내 대형 NCC는 통합하거나 축소 협의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시장 관계자는 “현금화가 용이하고 몸값이 형성된 해외 스페셜티 자산을 매각 테이블에 올린 것은 구조조정 의지 시그널과 포트폴리오 재배치 등을 동시에 노린 포석으로 읽힌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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