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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한반도 적대-대결 ‘END’로 마침표 [李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7번째 연단 20분간 기조연설
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 강조
“비핵화는 단기간 해결 어려워”
“중단·축소·폐기 단계적 해법”
“국제사회 완전 복귀 당당히 선언”
연설 도중 세번의 박수 나와
APEC 정상회의 홍보에도 나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뉴욕)=서영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서며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카드로 ‘E.N.D 이니셔티브’를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내세운 ‘E.N.D 이니셔티브’는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를 뜻하는 것으로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49분 미국 뉴욕본부에서 루이스 이시나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7번째로 연단에 올랐다. 짙은 감색 정장 옷깃에 태극기 문양의 배지를 차고 감색 바탕에 흰색 무늬가 사선으로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이 대통령은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자“면서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세가지 원칙도 소개했는데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혔다.

이어 “우선 남북 간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 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한다”면서 취임 직후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방송중단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한 점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의 길을 일관되게 모색할 것”이라면서 앞서도 수차례 언급한 “가장 확실한 평화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라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했던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로서 각자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는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남북 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 (북한의)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이날 총회에 모인 각국의 정상들에 각자의 역할을 당부하고, 특히 미국을 특정해 북한과 대화에 나서달라고 강조한 셈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앞서도 수차례 언급한 북한의 비핵화 3단계 원칙을 되새겼다.

이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외국 정상들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 실현은 분쟁으로 고통받는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선물할 것”이라면서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이라는 한반도의 새 시대를 향해,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Better Together)의 길을 향해, 우리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계엄에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겨울,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빛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었다”며 “친위 쿠데타로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대한국민의 강렬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의 미래를 논의할 유엔총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하게 선언한다”면서 “누군가 유엔이 이룬 성취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대한민국의 80년 역사를 바라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 기조연설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

또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안보 역량을 결정하고 사이버 공격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시대, 우리는 ‘보이는 적’을 넘어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야 한다”면서 AI의 책임 있는 이용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AI 시대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닌다면 기술 악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채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라는 디스토피아를 맞이할 것”이라면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높은 생산력을 동력 삼아 혁신과 번영의 토대를 세우고,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유용한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 정상들을 상대로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홍보에도 나섰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를 통한 AI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한다”면서 “첨단기술 발전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여하는 ‘모두를 위한 AI’의 비전이 국제사회의 ‘뉴노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AI가 주도할 기술혁신은 기후 위기 같은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할 중요하고 또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의 연설은 배정된 시간 15분을 넘겨 20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12.3 계엄사태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국제외교 무대 복귀를 선언하는 연설 부분에서 첫 박수가 나왔다. 일부 국가 정상들은 이 대통령에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어 북한과의 관계에서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명백히 하자 두번째 박수가 나왔다.

그리고 연설을 마치자 이 대통령이 연단을 내려올때까지 박수는 이어졌다. 이 대통령도 연설 내용이 만족스러운듯한 옅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