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페이스메이커’ 재강조
‘중단→축소→폐기’ 3단계 주문
전문가 “비핵화 진전없이 안돼”
“美 ‘북핵 묵인’ 가능성 대비를”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중단→축소→폐기’ 3단계 주문
전문가 “비핵화 진전없이 안돼”
“美 ‘북핵 묵인’ 가능성 대비를”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 |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END 중심 포괄적 대화’를 꺼내 들면서 본격적인 미북 대화 판깔기에 나섰다.
또한 이 대통령은 ‘중단→축소→폐기’라는 3단계 비핵화 해법도 재차 강조했는데, 전문가들은 결국 ‘북한의 비핵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완강하게 거부하며 협상의 문턱을 올려놓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23일(현지시간)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 북미(미북)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이 대통령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 대화를 추진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 대통령이 유엔에 방문하기 직전인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좋은 추억”을 언급하며 대화 의향을 내비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유엔 연설에서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우리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한일 정상회담 직전에 응했던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핵 동결, 축소, 폐기로 이어지는 ‘3단계 비핵화 구상’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3단계 비핵화 구상을 언급했지만, 첫 단계인 ‘동결’이라는 표현이 ‘중단’으로 바뀌었다. 비핵화 첫 단계를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를 중단한다고 구두로 약속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도록 길을 연 셈이다.
다만 북한은 한미의 비핵화 요구를 ‘허황된 것’으로 규정하고 사실상 비핵화 목표를 포기할 것을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대화 조건의 최일선에 올려놓으면서 문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이에 미북 대화가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에서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가운데,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기존의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요구한 ‘비핵화 포기’에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이에 북한이 이 대통령의 연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END는 비핵화(D)가 진전되지 않으면 다른 것들은 진전될 수 없는 구조”라며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선언적인 지향점을 언급한 것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대화 성과 자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할 가능성에 관해선 “여지가 조금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면 모르지만, 트럼프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 우리 정부에게도 미북·남북 대화가 진행되고, 북한 핵 동결이라도 우선 되면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우리 정부는 그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조언도 따른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줄 수 있는 것이 ‘대화’밖에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차대조표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핵 보유를 인정해 버리는 모양새가 될 경우 그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핵우산 보장을 조금 더 강화한다거나, 우리의 독자적인 핵 개발 권한을 받는 등 정책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뉴욕=서영상 기자, 문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