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복귀, 1시간 내내 자화자찬
‘미국 우선주의’ 세계 질서 주도 천명
“불법으로 미국 오는자 감옥 보낼것”
北비핵화 패싱…韓 ‘무역합의국’ 소개
‘미국 우선주의’ 세계 질서 주도 천명
“불법으로 미국 오는자 감옥 보낼것”
北비핵화 패싱…韓 ‘무역합의국’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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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UPI] |
6년 만에 유엔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기조연설에서 다시 한번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 질서 주도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유엔총회 연단에서 대놓고 “유엔은 무능”하다고 직격하며 “나는 불과 7개월 만에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 유엔이 해야 할 일을 내가 해야 했다는 게 안타깝다(too bad)”며 독설을 퍼부었다. 한반도 정세 관련해서는 북한 비핵화 등 언급을 피해 집권 1기 때와 대조를 보였다.
▶“유엔은 공허한 말뿐…유엔이 할 일 내가 했다” 독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유엔 총회 연단에 섰다. 유엔 총회 일반토의 정상연설은 통상 15분 안팎이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 연설을 이어가며 자신의 성과를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첫 임기 때 번영과 평화 속에 이 연단에 섰지만, 내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세계와 미국은 위기와 재난에 휩싸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와 국경, 군대, 정신을 가진 축복받은 나라로, 미국의 황금기”라고 자평했다.
그는 자신이 불과 7개월만에 7건의 국제 분쟁을 종식시켰다면서 “슬프게도 모든 사례에서 유엔은 어떤 도움도 주려 하지 않았다.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과 협상했지만, 유엔으로부터 협상 타결을 돕겠다는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들 전쟁을 멈추고 수백만명을 구하기 위해 분주했는데, 유엔은 거기에 없었다”며 “유엔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이 하는 일은 강경한 어조의 편지를 보내는 것뿐이고, 후속 조치는 없다. 공허한 말로는 전쟁을 해결하지 못한다. 전쟁을 해결하는 것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 텔레프롬프터(자막기) 고장이나 유엔본부 에스컬레이터 정지 등 우발 사고를 농담조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연단에서 연설문 폴더를 펼치면서 “프롬프터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작동 담당자는 큰 곤경에 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이는 곧 ‘유엔 무능론’으로 이어져 뼈 있는 농담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지속하고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확고히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에 대해 “미국은 모든 국가와 활발한 무역 및 상업 교류를 원한다. 우리는 다른 나라를 돕고자 한다”면서도 “하지만 공정하고 상호적이어야 한다. 규칙을 준수한 국가들의 공장은 모두 약탈당했다”며 관세가 다른 나라로부터 ‘약탈’당한 것에 대한 방어 수단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으로서 항상 주권과 미국 시민의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못박았다. 이어 “미국은 더 안전하고 번영하는 세계를 위해 모든 국가에 리더십과 우정의 손길을 내민다”며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참여를 촉구했다.
▶“불법으로 美 오면 감옥행”=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정책과 관련해 “우리의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다”며 “만약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온다면 감옥에 가거나,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어쩌면 더 먼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강경한 이민 정책 성과를 강조하며 다른 국가들도 같은 원칙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이 미국 국민의 것임을 다시 천명했다”며 “나는 모든 나라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입장을 확고히 하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작전과 국경 봉쇄 정책을 언급하며 세계 각국의 동참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이란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목했다. 특히 유럽이 가자지구 전쟁 해법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검토하는 데 대해 “하마스 테러리스트에게 잔혹 행위의 보상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對러 전략 급선회…“러 에너지 구입 말라”=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가 종전 합의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피를 매우 빠르게 멈추게 할 강력한 관세 조치를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매함으로써 전쟁의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조차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즉각 러시아로부터 모든 에너지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기후변화 위기론을 “최대의 사기극”이라 일축하고, 풍력 등 녹색 에너지 정책을 “파산의 길”이라 비판했다. 대신 석유·가스 개발과 원자력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北 언급은 없어…한국은 ‘무역합의국’으로 소개=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한국에 대해서는 ‘무역합의국’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 의지를 강조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북한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북미대화에 관심을 표명한 데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비중 있게 언급한 것과 대조적이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기에 일단 신중한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 정책 성과를 설명하며 성공적인 무역 협상 사례로 한국을 언급했다. 그는 “내 행정부는 영국, 유럽연합, 일본,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수많은 국가와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연이어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정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