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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NCC 감축안은 최소 규모…저수익 제품까지 포함한 포괄적 구조조정 필요”

한신평 ‘석유화학산업, 공급과잉 시대의 생존전략은?’
국내 석화 산단서 통합 논의 본격화
전체 NCC 줄어도 정유사 영향력 ↑
정유-석화 수직통합시 정유사 에틸렌 점유율 최대 70% 전망
투자 부담·화학 적자 리스크 등도 지적
“석화, 中 내수 반등해도 예전 같지 않을 것”

여수산단 전경.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석유화학 불황의 해법으로 주목받는 정유-석화 수직 통합이 줄줄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정유사의 에틸렌 생산 비중이 현재 20%에서 최대 60~70%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한국신용평가가 개최한 ‘구조조정의 문턱에 선 석유화학산업, 공급과잉 시대의 생존전략은?’ 웹캐스트에서 김문호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정유사가 비교적 최신 화학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납사 자급을 통해 원가 절감과 규모의 경제 달성이 가능하다”며 “국내 산업 차원에서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화학사가 운영하기보다 정유사 통합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NCC 규모 줄지만 정유사 영향력 커져…정유사 재무 부담은 리스크

현재 대산에서는 HD현대케미칼에 롯데케미칼이 NCC를 현물출자하고 현대오일뱅크가 현금을 출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여수에서는 GS칼텍스·LG화학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신평의 가정 시나리오에 따르면 ▷S-OIL 샤힌 프로젝트 180만톤 가동 ▷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 대산공장 통합 후 195만톤 생산 ▷GS칼텍스-LG화학 여수공장 통합 후 298만톤 생산 ▷화학사 노후 NCC 370만톤 폐쇄 시, 정유사 에틸렌 생산 비중은 최대 70%까지 확대될 수 있다. 전체 NCC 규모는 줄지만 정유사 영향력이 크게 커지는 셈이다.

다만 재무 부담은 주요 리스크로 꼽혔다. 김 연구원은 “정유사 합산 순차입금은 2020년 말 26조원에서 2025년 6월 말 54조원으로 늘었다”며 “NCC 매입과 설비 통합 관련 투자 지출은 정유사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학 부문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기회보다 리스크 요인이 더 크다”며 “설비 통합이 현실화되면 각사별 재무구조·실적·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신용평가 자료

아울러 구조조정으로 370만톤 폐쇄가 진행돼도 신규 설비 가동분을 감안하면 실제 감소폭은 190만톤 수준에 불과해 공급 초과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중국·중동의 정유·석유화학 통합 설비(COTC) 도입으로 공급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COTC는 전환율이 높고 운영비가 낮아 기존 NCC보다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국내 정유사가 통합 이후 글로벌 COTC와의 경쟁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정유사 주도의 통합은 산업 차원에서 효율적일 수 있으나, 재무부담 확대와 화학 적자 흡수가 신용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제 통합이 성사될 경우 개별사별 재무지표와 신용도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석화 재편, 업황 악화 막을 최소 구조조정 규모

이날 석유화학 산업과 관련해선 김호섭 연구위원이 생존 전략을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 내수 반등이 오더라도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수혜 폭은 과거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업황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는 ▷중국 자급률 상승 ▷글로벌 공급 과잉 ▷국내 범용 제품 비중 확대를 꼽았다. 그는 일본의 구조조정 사례를 들어 “노후 설비 감축과 고부가 투자로 스페셜티·비화학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며 “극심한 다운사이클에서도 영업이익률 5% 이상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업계가 합의한 에틸렌 270만~370만톤 감축 계획에 대해선 “글로벌 생산능력의 1~1.6% 수준으로 단기 수급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감가상각·인건·유지보수비 등 고정비를 줄여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감축은 업황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한 최소 규모이며, 저수익 다운스트림 제품까지 포함한 포괄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에서는 NCC 감축이 스프레드 반등 시 이익 전환 속도를 높이고 고부가·비화학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다운스트림 업체도 효율화와 고정비 절감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 내수 회복이 와도 국내 수출·가동률 회복 폭은 과거보다 낮다”며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과 밸류체인 전방위 구조조정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