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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위법 판결 나도 우회로 많아…한국, 협상 가능한 합의안 찾아야”

크라이어 교수 “품목관세 등 도구 다양”

 
제시 크라이어 조지타운대 법학 교수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미의회교류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최종 판단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근거가 되는 다른 법적 대안은 다양하며 한국은 이에 대비해 무역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제시 크라이어 조지타운대 법학 교수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미의회교류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다고 해서 “미국이 갑자기 20년 전, 또는 심지어 4년 전처럼 일종의 ‘개방 경제’로 돌아가리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크라이어 교수는 무역법 전문가로, 세계무역기구(WTO)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전세계와의 무역 관계를 바꾸겠다고 마음먹은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는 굉장히 다양하다”며 상호관세가 아닌, 품목별 관세로도 충분히 대통령의 의도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예를 든 것은 무역확장법 232조. 이 규정은 국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품목의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권한을 활용해 자동차와 철강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상호관세가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위법으로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품목별 관세를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상무부는 자동차, 철강 등에 이어 최근 로봇과 산업기계에 대해서도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중이다. 때문에 로봇, 산업기계에 대해서도 추후 품목과세가 부과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무역법 301조도 관세 부과 수단이 된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이 무역협정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무역에 과도하게 부담을 주는 차별적 행위를 하는지를 식별하는 조항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해양·물류·조선 산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실시했고, 중국이 이들 산업을 지배하려고 불공정하게 경쟁해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무역법 112조도 관세전쟁에서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국제수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법으로, 언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가 제한적으로 규정돼 있다.

크라이어 교수는 “한국은 실용적인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협상 가능한 합의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그는 “왜냐하면 법원 판결을 통해 상황을 되돌려 한국이 익숙했던 상태로 복원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크라이어 교수는 대법원 판결 전망과 관련해선 “단순히 예스 아니면 노(합법 아니면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법원이 (관세) 조치를 무효화하려고 한다면 매우 좁은 범위로도 할 수 있고, 매우 광범위한 범위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으로는 절대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고, 또는 ‘문제(국가 비상 상황)와 해결책(관세 부과)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 연방대법원은 오는 11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의 대다수 품목에 국가별 차등 세율을 적용한 상호관세에 법적 근거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심리를 진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의 근거로 삼았다. 이에 1심인 국제무역법원(USCIT)과 2심인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IEEPA가 ‘수입 규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지만 이것이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