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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힘싸움에 71개 ‘비쟁점 민생법안’ 밀렸다

국회 릴레이 필리버스터 정국
“10월 중 본회의 처리 가능성”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에 무효표 논란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대화를 하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목소리를 높이며 충돌하고 있다. [연합]

여야가 정부조직 개편안 합의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여야가 검찰청 폐지 등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71건에 달하는 비쟁점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이례적으로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10월 중 본회의를 추가 개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비쟁점법안으로 분류한 법안은 73건에 달한다. 이 중 ‘문신사법’과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특별법’은 전날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됐다. 전날 본회의에는 두 법안을 포함해 총 11개 안건만 상정됐는데,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갈등이 비쟁점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았다.

상정되지 못한 법안에는 여야가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합의 처리한 민생법안들이 다수 포함됐다. 임대차 계약 시 관리비 부과 항목을 포함하도록 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대표적이다. 임대료 인상을 피하려 관리비를 우회 인상하는 꼼수를 막기 위한 법으로,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부의됐다.

성폭력 범죄 이력이 있는 자가 외국인을 위한 도시민박업이나 한옥체험업 시설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하고, 불법카메라 등 설치를 금지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비롯해 대규모 고용 위기를 신속히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정부 정책 발표 시 수어통역 방송을 의무화한 ‘한국수화언어법 개정안’ 등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연계 4개 법안 외에는 무쟁점 법안들이다. 상임위에서 합의 처리했는데 국민의힘이 말을 바꾸며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없게 됐다”며 “밀려있는 법안이 너무 많아 10월 중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연계해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법안에 반발하며 전날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을 시작으로 사실상 ‘무한 필리버스터’ 전략을 꺼냈다. 민주당이 향후 열리게 될 본회의에 71개 비쟁점법안을 한번에 상정할 경우, 최장 ‘71박72일’ 동안 필리버스터를 해 민주당의 발을 묶겠다는 것이다.

국회법은 재적의원(현 298명) 3분의 1 이상이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종결동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로부터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토론을 종결한 뒤 즉시 표결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166석)과 범여정당 의석만으로 토론 종결부터 안건 표결까지 모두 가능하지만, 민주당으로선 국회를 벗어나는 게 불가능해진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전체적 의견은 비쟁점법안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해야 한다(는 것)”며 “필리버스터를 통해 민주당의 입법 폭거를 국민께 상세히 알리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의원님들의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일부 민생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문신사법과 초대형산불 특별법에 대해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히고 표결에 참여한 바 있다.

한편 본회의에 상정돼 국민의힘의 반대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은 이르면 오는 29일 오후 모두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처리된 법안은 정부로 이송돼 이르면 3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전망이다. 주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