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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산센터 화재, 보험 가입했지만 ‘보상 공백’ 우려

화재보험과 배상책임보험 각각 가입
국민과 기업이 입은 피해 보상 요원
배상책임보험 한도 상향해야 지적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로 우편ㆍ금융 서비스 차질이 생긴 가운데 28일 서울 시내 한 우체국 앞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국정자원 화재로 중단됐던 서버 시스템을 다시 가동해 우편·금융·보험 등 모든 채널에서 서비스가 정상 작동하는지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최근 국가전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주요 온라인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피해 보상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과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실제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가 전산센터는 DB손해보험에 화재보험을, 전산센터의 배터리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KB손해보험에 배터리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보험은 건물, 서버, 장비 등 시설물에 직접 발생한 손해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전산센터 건물의 일부가 소실되거나 서버가 파손된 경우 수리·복구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배터리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은 배터리 결함 등으로 화재가 발생해 제3자에게 인명이나 재산 피해가 생겼을 때 제조업체나 공급업체 대신 배상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번 전산장애로 국민과 기업이 입은 서비스 중단 피해는 이 같은 보험으로 보상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화재보험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산 손해만을 대상으로 하며, 생산물배상책임보험 역시 제3자의 직접적 피해같은 화재로 인한 신체·재산 손실에 국한된다. 온라인 민원 서비스 지연, 업무 차질, 금융 거래 지연 등은 보상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화재보험과 배상책임보험은 물적·직접적 피해 보전을 위한 상품이지, 사회적·경제적 파급효과까지 커버하지 않는다”라며 “국민 피해 보상은 법적 근거나 별도의 제도 없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무보험인 재난배상책임보험을 통한 보상 가능성도 변수다. 재난배상책임보험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폭발·붕괴 등으로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배상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국내에는 일정 시설을 대상으로 한 재난배상책임보험 제도가 존재하지만, 국가전산센터가 해당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또 이 보험은 통상 대인·대물 피해 보상에 국한돼 있어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기업 손실이나 소비자 불편은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가전산센터는 공공시설이므로 피해자가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은 열려 있다. 다만 이를 인정받으려면 센터 관리 주체가 화재 예방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 화재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구체적인 손해액이 입증돼야 한다. 정부가 “불가항력적 사고”라며 책임을 부인할 경우 분쟁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2022년 판교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불거졌던 문제를 다시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에도 배상책임보험 한도가 턱없이 낮아 대규모 피해를 감당하지 못했고, 피해자 상당수가 실질적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후 배상책임보험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제도 개선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전산센터 같은 핵심 인프라에 대해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나 보장 한도 상향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번 화재가 공공 인프라 보상체계를 다시 정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