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대문구청 |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서대문구의회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본예산 날치기 통과, 구청장 동의 없는 추경 증액, 임시회 소집 거부 등 법령 위반 사례가 줄줄이 발생하면서 ‘의회 파행’이 상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정쟁의 희생양이 결국 구민이라는 점이다.
예산안 처리, 법령을 무시한 ‘날치기 관행’
서대문구의회의 위법성 논란은 지난해 말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본격화됐다. 예결위 합의를 무시하고 본회의에서 기습 수정안을 날치기 처리해 주요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한 것이다. 서대문구의회 회의규칙 제62조를 정면 위반한 행위였다.
올해 들어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7월 제1회 추경에서는 무려 135억 원을 삭감, 어르신 데이케어센터 건립·공무원 인건비·노인 무료급식 등 민생 현안 사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어 9월 제2차 추경에서는 구청장 동의 없는 증액을 일방 처리해 지방자치법 제142조마저 위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장의 독단 운영, 협치 실종
더 심각한 문제는 의장의 독단적 의사진행이라고 구청측은 주장하고 있다.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구청장이 총 5차례 요청한 임시회 소집을 거부했다. 지방자치법 제54조에 따르면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반드시 소집해야 하지만, 의장은 이를 묵살했다는 것.
또 전국 최초 지방자치단체 공공시행 모델로 주목받은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 예산안은 아예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긴급 제출된 안건을 상임위에 회부하지 않고 단독으로 상정을 거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설계공모 당선작 계약금·용역비 등 30억 원 규모의 예산 집행이 무산돼 사업 지연과 계약 위반 리스크가 불거졌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김양희 서대문구의회 의장은 “심의 과정에서 증액된 예산에 대해 구청 동의를 구했으나, 구청이 부동의한 것”이라며“구청의 부동의로 추경 심의에서 증액한 민생예산 전체가 의결되지 못하고 예산 집행 자체가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또 “초유의 부동의 사태로 구청은 구의회 예산 심의 의결 과정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30억원에 달하는 구청장 역점사업(홍제역 일대 재개발 사업) 예산 증액이 무산되자, 민생 예산 증액을 포기해버린 구청의 결정에 심히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서대문구의회는 구의원 15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의장, 부의장을 포함 8명, 국민의힘이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피해는 결국 주민 몫
이 같은 파행은 결국 주민 피해로 이어진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지연되고, 어르신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산은 삭감됐다. 홍제역 개발사업은 존폐 위기까지 거론된다.
의회가 본회의를 열지 않았음에도 의원들이 매달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정상 수령해 ‘무노동 수령’ 논란도 일었다. 주민 세금으로 지급되는 수당이 사실상 ‘정쟁의 대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도적 허점과 대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에 매몰된 의회 운영과 제도적 허점이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한다. 지방의회의 위법·부당한 의결에 대해 집행부가 재의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의회가 이를 장기간 미루면 사실상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재의 요구에 대한 처리 강제 장치, 의장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협치 메커니즘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협치와 상생, 구민 신뢰 회복의 열쇠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서대문구의회가 본연의 견제·균형 기능을 상실하고 정당 이해만 대변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서대문구는 “구민을 위한 협치와 상생이 절실하다”며 의회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태는 ‘누구를 위한 의회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정쟁에 매몰된 의회가 아니라,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 논의의 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가 향후 서대문구의회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