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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74.8%가 ‘중장년’…“범부처 통합법 필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5060 남성 절반 이상 차지…중장년 대상 정책은 15.6% 불과”
일본 ‘고립·은둔 대책 추진법’·영국 ‘외로움 전략’ 사례 분석…성과 기반 차등지원도 제안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우리 사회 고독사의 4분의 3이 40~60대 중장년에 집중돼 있지만 정작 이들을 겨냥한 정부 사업은 전체의 15%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적 근거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중장년 고독사 문제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일 발간한 ‘“고립·은둔·고독의 대한민국”, 사회적 연결 회복을 위한 입법·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3년 발생한 고독사 사망자 중 중장년층 비중은 74.8%에 달했다. 특히 50~60대 남성이 전체 고독사자의 53.9%를 차지해 대표적 고위험군으로 꼽혔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32개 고립·은둔·고독 관련 사업 가운데 중장년 대상은 5개(15.6%)뿐이었다. 청소년·청년 대상 사업(23개·71.9%)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입법조사처는 “중장년기는 퇴직·실직, 가족구조 변화, 건강 악화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고립과 은둔, 고독사 위험이 증폭되는 시기”라며 “단편적 복지 지원이 아닌 맞춤형 패키지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사업은 부처별·연령별로 분절돼 있어 당사자가 연령을 넘어설 경우 상담·지원의 연속성이 끊기는 문제가 심각하다.

예컨대 보건복지부는 청년 대상 ‘청년미래센터’,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대상 ‘원스톱 패키지’, 고용노동부는 청년 취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직·은퇴로 어려움을 겪는 4060 남성 지원은 제도 공백으로 남아 있다. 전문인력 1인당 담당 인원수도 부처별로 차이가 커 복지부는 20~30명, 여가부는 8명 수준을 맡아 지원의 질 편차도 크다.

이런 분절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고립·은둔 및 고독 지원 공동운영지침(가칭)’ 제정이 필요하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제안이다. 부처별 예산 집행은 유지하되, 사업 기획부터 집행·평가까지 전 과정에서 정보공유와 역할 조정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또 위험군 발견 시 부처 간 상호 통보와 공동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연례 공동평가회를 통해 성과를 통합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간 격차 해소도 과제로 지적됐다. 2017~2023년 고독사 사망자 비중은 경기도 21.8%, 서울 17.9%로 수도권이 높았지만, 2024~2025년 국고보조금 배분 비율은 경기 14.1%, 서울 16.1%에 그쳤다. 반대로 경북·전남은 사망자 비중보다 보조금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조사처는 “조기발굴 건수, 개입 성공률 등 지자체별 성과지표에 기반한 차등 지원이 필요하다”며 표준 매뉴얼 도입을 권고했다.

아울러 국가와 지자체가 별도로 진행하는 실태조사를 표준화해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조사 주기·대상·방법이 제각각이라 정책 설계에 활용하기 어렵고, 행정비용 중복 집행 문제도 발생한다. 통계청은 2025년 사회조사를 통해 전 연령 고립·은둔 현황을 조사할 예정으로, 이를 토대로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차 시행계획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지자체가 공동 집행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일본과 영국 사례도 소개했다. 일본은 2024년 4월 ‘고립·은둔 대책 추진법’을 시행해 지원요청 창구를 단일화하고, 맞춤형 상담·지역 연결공간 조성·NPO와의 협력 강화 등을 제도화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전략’을 수립해 외로움 담당 장관을 지정하고, 전 부처 정책에 외로움 고려를 포함시켰다. 또 전국적 인식 제고 캠페인, 외로움 측정 지표 표준화 등을 추진했다.

입법조사처는 “해외 사례는 외로움과 고립 문제를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위기로 규정하고 국가가 전면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중장년 고독사 문제를 생애주기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