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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산망 ‘노후 심각’한데 예산은 줄어...보안 6.4% 삭감

2026년 관리원 예산 전년 대비 19억(0.7%) 감액
노후 장비 963대 중 교체 반영 191대(20.4%) 그쳐
사이버인력 40명→30명 감축

지난달 30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감식 관계자들이 불이 붙었던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 전산망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주요 보안장비 교체 예산이 노후 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전본원 화재로 전자정부 시스템이 일시 마비된 사건 이후에도 예산 동결과 인력 감축으로 재난·보안 대응체계의 허점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6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예산 요구안은 2702억4000만원으로 전년도(2721억4900만원)보다 19억1000만원(0.7%) 줄었다. 특히 사이버 위협 대응과 장비 교체를 담당하는 ‘정보보호 강화’ 항목은 전년 대비 6.4% 삭감된 114억4500만원 수준으로 관리원 예산 항목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정보보호 강화 사업은 사이버 위협분석, 보안장비 교체, 백신 라이선스 구매 등 정부 전산망 방어의 핵심 축이다. 하지만 예산은 2020년 이후 6년 연속 정체 또는 감소했다. 특히 ‘사이버위협분석 운영지원’ 사업의 경우 예산은 2년째 36억5900만원으로 동결됐지만, 투입 인력은 40명(2024년)에서 30명(2025년)으로 25% 감축됐다. 사실상 같은 돈으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나눠 써야 하는 구조다.


‘노후 보안장비 교체’ 예산도 89억1000만원이 줄었다. 관리원이 운영 중인 2343대의 정보보호 장비 가운데 노후 장비는 963대(41%)에 달하지만, 2026년 교체 예산이 반영된 장비는 191대(20.4%)에 불과하다. 교체 비율이 5분의 1 수준에 그치면서, 주요 장비의 내용연수 초과 운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행정안전부는 핵심보안영역(1~2등급) 및 EOL·EOS 장비 중심으로 교체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보안 취약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국 행정망을 담당하는 ‘국가정보통신망 노후장비 교체’ 사업도 사정이 비슷하다. 관리원은 2025년 기준 613대 중 내용연수가 지난 장비가 329대(53%)로 절반을 넘는다고 파악했지만, 실제 교체 예산이 반영된 장비는 26대(7.9%) 수준이다. 정부는 2026년에도 같은 수준인 44억4000만원을 편성했다. 장비 노후화가 심각한데도 예산이 고정된 셈이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무정전전원장치(UPS) 교체 사업은 2025년 완료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해당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2026년 예산요구안에는 관련 보완 사업이 반영되지 않았다. UPS 배터리 교체 지연, 이중화 작업 미비 등은 이미 관리원 화재 조사 과정에서 지적된 사안으로, 추가 증액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공통인프라 운영 강화 사업은 29억9700만원에서 67억400만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대전·광주·대구·공주 등 4개 센터의 관제업무를 통합하는 통합관제시스템(nTEMS) 교체, 민관협력 클라우드 서비스 망분리 구축 등이 포함됐다. 이 중 ‘민관협력 클라우드 망분리’ 사업은 새롭게 반영된 내역으로, 정부·지자체·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간 정보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별도 전용망 구축이 목적이다.

관리원의 기반시설 강화 항목은 134억7900만원에서 111억7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UPS 배터리 재배치 사업이 지난해로 종료된 영향이 크지만, 화재 이후에도 노후 전력·소방 설비 교체 예산이 충분히 증액되지 않은 점은 문제로 꼽힌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무정전·항온항습 등 핵심 장비 교체를 장기계획으로 돌리면, 관리원 전체 시스템 리스크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윤정 책임연구원은 “화재로 정부 전산시스템이 마비된 만큼, 노후 장비 교체와 정보보안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며 “예산 동결보다는 선제적 교체 조치와 사업 진도율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전자정부의 심장과 같은 기관인데, 지금 수준의 예산으로는 예방보다 복구에 돈을 쓰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