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공장서 혈액암 최소 3명 발생
노동부, 국소배기 미설치 등 10건 위반 적발
“안전조치 충분” 주장했지만 거짓 드러나
노동부, 국소배기 미설치 등 10건 위반 적발
“안전조치 충분” 주장했지만 거짓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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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 전경. 고용노동부는 유해물질 취급 과정에서 국소배기장치 미설치 등 10건의 위반을 적발하고 보건안전진단 명령을 내렸다.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백혈병 등 혈액암 피해가 잇따라 보고된 한국니토옵티칼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면서도 국소배기장치조차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은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했다며 재해 사실을 부인했지만,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거짓으로 확인돼 산재 은폐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니토옵티칼 보건진단명령서에 따르면, 평택 한국니토옵티칼은 화학물질 취급 실태조사에서 ▷국소배기장치 미설치 ▷보건조치 미흡 ▷유해물질 관리기준 위반 등 총 10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은 “다수의 위험요인이 발견되고 개선에 2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 9월 10일 보건안전진단 명령 처분을 내렸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7조에 따라 산업재해 위험이 현저히 높은 경우 장관은 사업장에 보건진단을 명령할 수 있다. 한국니토옵티칼은 오는 11월 3일까지 개선 진단 결과를 보고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보고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니토옵티칼은 일본 닛토덴코(Nitto Denko)의 자회사로, 2022년 화재로 폐업한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쌍둥이 기업’이다. 두 회사 모두 LCD 편광필름을 생산하며, 톨루엔·포름알데히드·페놀 등 발암 가능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다뤄왔다.
“안전조치 했다”던 회사, 조사 결과 거짓 드러나
이번 조사는 한국니토옵티칼 근로자 A씨가 백혈병으로 산재를 신청한 뒤 이뤄졌다. A씨는 2002년 입사해 약 23년간 편광필름 절단·도공·용해공정 업무를 수행했으며,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돼 올해 1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5~2019년 사이 포름알데히드에 반복적으로 노출됐다”며 직업성 암과의 상당 인과관계를 전원 일치로 인정했다. 실제 포름알데히드와 톨루엔 등은 대표적인 백혈병 유발물질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회사는 보험가입자 의견서에서 “국소배기장치 및 전체 환기장치가 설치된 환경에서 작업했으며, 유해물질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평택지청 조사 결과 용해공정 샘플링 작업장 등 주요 공정에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회사의 해명이 거짓으로 밝혀졌다.
“직업성 암, 직권조사 제도 필요”…산재 은폐 구조 도마
이 회사에는 A씨 외에도 백혈병 2명, 림프종 1명 등 최소 3명의 혈액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추가 피해자 2명은 아직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한 상태다.
이종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노무사는 “A씨가 산재 인정을 받았는데도 회사는 사과나 보상조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나머지 피해자들은 회사와의 관계를 우려해 산재를 신청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피해자의 신청 없이는 산재 판단 절차가 개시되지 않는 ‘임의신청주의’라는 점이 문제”라며 “독일처럼 의료인이 신청해 절차가 개시되는 ‘직권주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니토옵티칼은 지난 10년간 산업안전보건 감독에서 ‘관리대상 유해물질 정보 미게시’, ‘관리감독자 직무 미이행’, ‘공정안전보고서 미준수’ 등 8건의 시정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주영 의원은 “회사의 미흡한 안전조치로 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산재 사실을 부정하고, 본사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한국사업 총책임자인 이배원 대표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본사와의 소통 및 재발방지 대책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