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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캄보디아 쏟아지는 신고 전화…‘이대론 안 된다’ 경찰, 코리안데스크 추진 [세상&]

경찰, 23일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 설치 논의
캄보디아는 미온적 태도… 경찰청 “계속 협의”

11일(현지시간) 캄보디아 국영 AKP 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은 살인과 사기 혐의로 A(35) 씨 등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지난 8월 캄보디아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강력범죄가 급증하자 경찰이 현지 범죄 대응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선다. 최근 현지 범죄단체에 엮였다가 살해된 20대 대학생 외에 우리 국민이 사망한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도 추진한다.

경찰청은 오는 20일부터 사흘간 서울서 열리는 국제경찰청장회의에서 캄보디아 경찰과 양자회담을 열고 현지에 코리안데스크를 두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우리 경찰이 현지에 파견돼 그곳 경찰과 함께 근무하며 자국민 범죄 수사 등을 벌이는 조직을 말한다.

‘범죄 소굴’된 캄보디아…문제 해결엔 미온적

경찰은 지난달 중순께 캄보디아 경찰에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보내고 계속해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주캄보디아 대사관 인력은 15명으로 이 중에서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경찰은 최근 현지에 파견한 협력관 1명을 포함해 총 3명(경찰 주재관 1명, 경찰 협력관 2명)이다. 이는 필리핀과 태국 등 이미 코리안데스크가 설치된 국가와 비슷한 인력 수준이지만, 캄보디아의 심각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한국인 보호엔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캄보디아 당국은 국제 공조에 미온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해 1~8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통해 캄보디아에 20건의 국제공조를 요청했지만, 실제 회신은 6건(30%)에 그쳤다.

게다가 코리안데스크는 우리 경찰이 직접 파견돼 공조와 수사 업무를 맡기 때문에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찰청이 캄보디아 당국과 대화를 해보겠다곤 밝혔으나 논의가 쉽게 풀리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현지 교민들은 급증하는 강력범죄에 불안감을 호소하며 코리안데스크를 요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선 고수익을 미끼로 우리 국민을 유인한 뒤 납치·감금해 범죄에 가담시키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광희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외교부로부터 제공받은 ‘최근 5년간 캄보디아 납치 사건 접수 건수’ 자료에 따르면 취업사기 이후 감금으로 이어져 현지 공관에 신고된 사례는 올해 8월 기준 330건이다. ▷2021년 4건 ▷2022년 1건 ▷2023년 17건에서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8월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꼬산 지역의 한 범죄단지에서 현지 수사당국 관계자들이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가 사망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SNS 캡처]

지난 8월에는 캄보디아 깜폿주 보꼬산 지역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가 중국인 범죄 조직에 납치·감금돼 살해됐다. 경북 예천 출신인 박씨는 지난 7월 가족들에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떠났지만, 현지에서 범죄단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캄보디아 검찰은 지난 10일 박씨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살인 및 사기 등 혐의로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 다만 핵심 용의자 일부는 아직 검거되지 않은 상태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북경찰청은 박씨를 캄보디아로 유인한 국내 대포통장 모집책 1명을 지난달 구속 송치했다. 조만간 경찰청 과학수사대와 함께 캄보디아 현지를 찾아 박씨 시신을 공동 부검할 계획이다.

비슷한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 경북 상주에 거주하던 30대 한국인 남성도 지난 8월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끊긴 상태다. “2000만원을 보내면 풀려날 수 있다”고 가족에게 연락한 이후로 소식이 없는 상태인데, 현재 경찰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동남아로 유인하는 ‘취업 알선’ 뿌리 뽑아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3일 경찰청 정례 브리핑에서 “캄보디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제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터폴이나 아세아나폴 등 여러 국제기구와의 협력으로 캄보디아를 압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코리안데스크 설치나 공조수사에 비협조적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또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캄보디아를 직접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 안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지난 7월 출범한 ‘캄보디아 범죄피해 공동대응팀’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의 한국인 대상 보이스피싱·취업 사기 등 범죄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경찰기구와 주요국 경찰이 참여하는 ‘국제공조 협의체’를 연내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지난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경찰은 국내에서 대학생 등 젊은층을 ‘고수익 일자리’로 유인하는 실태도 파악하기로 했다. 사이버수사대가 직접 취업 사기 게시물을 검색하고, 서울고용노동청 등 관계 기관도 모니터링과 불법 일자리 알선 게시물 차단을 강화한다.

김면기 경찰대 교수는 “코리안데스크 설치 추진은 캄보디아 내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최소한 경찰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실제 코리안데스크가 설치된 필리핀이나 태국에서도 공조수사 성과를 많이 냈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개개인 역시 고수익이나 취업 등 미끼에 속아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