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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한국경제 “크게 걱정 안해…혁신 위해 독점규제 중요”

노벨경제 공동수상자 모키어·하윗
모키어“韓, 1950년대 빈곤국서 부국으로 기적적 성장”…저출산엔 우려
하윗 “시장 경쟁적일수록 리더 지위 유지 위해 혁신 지속할 유인”
美경제 독점구도 강화엔 “위기 상황”…AI 투자열풍엔 “1990년대말 IT 붐 유사”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조엘 모키어(79)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시 근교 노스웨스턴대 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들 사이에서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지금까지 해온 것을 지속해야한다는 입장과 선도기업들이 혁신을 계속할 유인을 가질 수 있도록 독점을 규제하고 경쟁적 시장 환경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엘 모키어(79)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시 근교 노스웨스턴대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경제의 성장 둔화 해법에 관한 한국 취재진 질의에 “한국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는 게 다소 아이러니하다”며 “한국은 1950년대 매우 낮은 1인당 국민소득에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기적적으로 성장한 부유하고 평화로운 국가”라고 말했다.

경제사학자인 그는 기술 진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 조건을 파악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성장을 정체시킬 수 있는 우려 지점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한국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국경을 개방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키어 교수는 “이곳 청중 가운데 일부는 한국산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을 텐데 그들은 한국산 차를 나쁜 기술의 대표적 사례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며 “진짜 형편 없는 자동차를 보고싶다면 ‘트라반트’를 몰아보라”라고 유머를 섞어 말했다. 냉전시기 동독에서 생산된 차량인 트라반트는 형편없는 품질과 내구성으로 악명이 높았던 차량이다.

특히 모키어 교수는 “한국은 인구통계적 문제를 제외하고는 그것(성장)이 지속될 수 없는 특별한 이유를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모키어 교수를 비롯해 필리프 아기옹(69), 피터 하윗(79) 등 3인을 선정했다. 왕립과학원은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혁신이 어떻게 더 큰 진보를 위한 원동력을 제공하는지 설명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피터 하윗(79)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가 13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 발표 직후 브라운대가 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또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79)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이날 노벨경제학상 수상 발표 후 브라운대가 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가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정책 환경에 관한 기자 질의에 “확고한 반(反)독점 정책을 가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윗 교수는 조지프 슘페터(1883∼1950)의 경제학 이론을 계승·발전시켜 혁신과 창조적 파괴, 기술진보, 기업가정신을 경제성장 핵심 동력으로 강조하는 이른바 ‘슘페터리언’ 접근법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에 대해 처음 썼을 때 그의 주장은 강력한 독점 허용을 지지하는 논거가 됐다”며 “독점적 지위에서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 전망이 혁신을 창출하는 유인을 제공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윗 교수는 이와 상반되는 ‘경쟁 탈출 효과’(escape competition effect) 개념을 소개하며 “시장이 더 경쟁적일수록 기존의 시장 리더들이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혁신을 계속할 유인이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경쟁 여건이 조성된 시장에선 선도적 기업이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 혁신에 더 힘을 쏟을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 정책은 이 같은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윗 교수는 최근 미국 주요 산업에서 독점적 지배력이 커진 상황에 대해 “미국은 현재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부문에서 규제되지 않은 독점 권력을 허용한 게 혁신과 성장에 다소 억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우리가 보아 온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평가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고령화 추세 속에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아이디어의 교류·개방이 중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하윗 교수는 “혁신이 젊은 층에서 더 쉽게 이뤄지는 게 사실이다 보니 고령화가 일반적으로 혁신에 유리하지 않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의 흐름이 개별국가의 (고령화) 인구통계 변수에 의해 제한되지 않도록 다른 곳에서 오는 아이디어에 개방적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윗 교수는 경쟁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개방적인 자유무역정책이 중요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무역전쟁이 일어나고 관세가 올라가 무역이 제한될수록 시장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혁신할 인센티브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때 파괴적 혁신가였던 기존 산업 리더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개방적인 무역 정책을 유지하고 기존 산업 리더들을 너무 보호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