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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증인도 정쟁화…철회하자더니 “불출석땐 고발” 엄포

국감장 기업인 증인 소환 놓고 오락가락
행안위·국토위 등 일부 상임위 증인 철회
정무위 “쿠팡 김범석, 불출석시 법적조치”
무기준 채택·철회 “국감 본래 취지 훼손”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한홍 위원장이 국정감사를 주재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국정감사에 돌입한 국회에서 기업인 증인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의 ‘기업인 증인 자제령’에 일부 상임위가 주요 기업 증인 채택을 철회한 반면 “불출석 시 법적조치를 하겠다”며 엄포를 놓는 상임위도 있어 사실상 오락가락 ‘무기준’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인 증인에 대한 논란은 국감 시즌마다 반복되고 있다. 행정부 정책 감독·견제란 국감 취지와 달리 기업인 증인에 대한 ‘망신주기식’ 질의나 호통이 반복되면서다. 기업인 증인 요구가 지역구 민원 해결을 요구하거나 인지도에 편승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하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날 진행된 국무조정실 국감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의 28일 종합감사 출석을 요구하며 불출석 시 고발 방침을 못 박았다. 당초 이날 열리는 공정거래위 국감 증인 명단에 오른 김 의장이 해외 체류를 이유로 불출석 입장을 밝히자 거듭 소환한 것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사실 정당한 사유가 없기 때문에 충분히 동행명령장 발부라든지”라며 “그때도 불출석할 경우에는 위원회 차원에서 고발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출석하지 않으면 법적인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는 앞서 주요 기업 증인을 철회한 타 상임위와 대조적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하청업체인 이수기업 책임경영 문제로 증인 명단에 올랐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 채택을 철회하기로 했다. 국토교통위도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무한공항 여객기 참사), 허윤홍 GS건설 대표(건설현장 중대재해), 최주선 삼성SDI 대표(리튬배터리 화재 사고)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윌슨 화이트 구글 아시아 태평양 대외정책총괄 부사장(유튜브 유해광고),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이사(납치·불법 광고), 강동한 넷플릭스 콘텐츠 총괄 부사장(국내사업자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거둬들였다.

이 같은 철회 결정은 APEC 개최를 앞두고 정치권에 등장한 ‘자제령’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앞서 올해 국정감사에 역대 최다 규모인 200명에 달하는 국내 주요 기업인이 증인으로 불려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계의 증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오너와 대표들 부르는 것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배경에는 ‘대내외적으로 경제 여건이 어렵고 APEC을 앞둔 시점에 기업인을 이렇게 많이 부를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의 이 대통령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 증인에 대한 상임위별 온도차는 사실상 기준 없이 증인 채택을 남발하는 관행을 보여주는 방증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국회의원실 보좌진은 “(기업인 증인이) 과거에는 특정 상임위에서 기업의 승계, 비자금, 계열사 문어발 확장, 제품 불량 등과 같은 이슈에 한정됐으나 근래에는 유통, 플랫폼, 스타트업 등 사회 전반 이슈로 확대됐다”며 “상임위의 벽도 허물어져 농해수위, 국방위 등에도 대기업이 출석하는 모습은 과거에 보기 드물었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부의 국정감사 기능이 국정에 대한 감시 견제를 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임은 바람직하지만, 한정된 시간과 발언권으로 인해 국회의원이나 특정 증인의 주장만 부각돼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한계는 극복돼야 할 문제”라고 했다.

무기준 채택·철회가 국감 본래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제 관련 상임위 관계자는 홈플러스 및 롯데카드 해킹 사태에 연루된 MBK파트너스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 주요 기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인 최소화 방침이 적용돼 (채택이) 철회된다면 국회의 감시·견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국회의원실 보좌진은 “여야 간사 간 협상을 거쳐 확정된 증인들을 갑자기 철회하자고 하는 건 명분이 없는 것”이라며 “정말 기업과 산업을 생각했다면 여야 협상 때 고려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기업인 증인 채택 철회 문제가 이미 정쟁화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업인 증인 최소화 방침의 배경에 이 대통령의 의중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야당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 주요 기업인 증인이 채택된 상임위는 이달 말 종합감사까지 여야 물밑 신경전이 예상된다. 28일 정무위 종합감사 증인 목록에 오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날은 대한상의를 이끄는 최 회장이 의장을 맡는 APEC CEO 서밋 개회식날로, 정무위 야당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요구에 따라 증인으로 채택됐다. 24일 산자위 종합감사에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요청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