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헤럴드광장] 규제의 물길을 트는 경제 개혁의 시기


손흥민 선수의 팬들은 이제 밤을 새우지 않고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손흥민 선수가 영국 토트넘에서 미국 MLS 로스앤젤레스 FC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전에 경기를 볼 수 있고, 연이은 득점 소식이 반가운 아침을 열어준다. 손흥민 선수의 활약에 내년에 개최되는 북중미 월드컵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

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선수가 같은 규칙 아래 자유롭게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동등하게 적용되는 규칙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잘 하는 팀이 승리를 거둘 때 팬들은 환호한다. 그러나 기업을 둘러싼 현실은 다르다.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기업들은 서로 다른 ‘로컬 룰’을 적용받으며 경쟁하게 된다. 축구 경기를 떠올려 보자. 한쪽 팀은 11명이 자유롭게 뛰는데, 다른 팀은 ‘선수 보호’라는 명분으로 헤딩을 금지하거나 뛰는 거리를 제한한다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선수간의 상생협력’이라는 명목으로 우리 팀만 드리블을 금지하고 패스만 허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우리 기업들이 겪는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손을 묶은 채 100m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과도한 규제 속에서는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 비교는 우리의 현실을 더욱 선명히 보여준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의 글로벌 2000대 기업 수는 180개에서 275개로 52.7% 늘었고, 미국도 575개에서 612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66개에서 62개로 오히려 줄었다. 성장할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역진적 구조 때문이다. 중견기업 단계에서 94개 규제를 받던 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순간 343개 규제를 감당해야 한다. 성장을 보상하기는커녕 더 무거운 짐을 지우는 구조 속에서 기업의 도전 의지가 꺾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회장도 노란봉투법 등 과도한 기업 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대외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 인구 구조 변화,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악재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복잡한 규제의 그늘 아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와 성장을 위해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과감히 덜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규제의 본래 목적이 공정한 질서 유지에 있다면,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규제는 개혁되어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에게 불필요한 제약을 최소화할 때, 비로소 자유로운 도전과 투자가 가능해지고 우리 경제 전반에도 활력이 되살아날 것이다.

규제는 강물을 가로막는 둑과 같다. 둑이 제 역할을 하면 범람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지만, 지나치게 높거나 겹겹이 쌓이면 흐름을 막아 강 자체를 메마르게 만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물길을 터주는 결단이다. 특히,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에는 유연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덜어낼 때 막혀 있던 흐름은 다시 살아나고, 기업은 활력을 얻는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가 불필요한 국내 규칙으로 국제대회에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되듯이 우리의 대표기업도 세계무대에서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우정택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