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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와의 회담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13년 만에 야권에 정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자민당이 ‘당내 결속’과 ‘야권 분열 조장’ 전략을 밀어붙이며, 차기 일본 총리 자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댜.
15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일본의 야당 3당이 이날 대표 회담을 열어 총리 지명 선거 대응에 협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총리 지명 선거를 위한 국회 소집일을 논의한 뒤 양원의 의사운영위원회 간사회에서 이를 공식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국회 소집이 유력한 가운데, 일본 정계에선“소집일 당일에 총리 지명 투표가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는 이날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와 각각 개별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 중의원(하원) 주요 5개 정당의 의석수를 살펴보면 ▷자민당 196석 ▷공명당 24석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 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등으로 구성된다.
야당 3당의 의석수를 더하면 총 210석으로, 자민당을 웃돈다. 26년만에 공명당과 연정이 깨지면서 자민당 단독으로 야당 3당에 맞서 총리를 낼 순 없게 된 것.
총리 지명 선거시 ‘1차 투표’에서는 과반수(233석)를 확보해야 하므로 현재로선 다카이치 총재에 대한 일본 총리 지명이 불확실하다. 그러나 단순 다수제인 2차 결선투표시 자민당은 공명당 등 다른 당과 연합할 경우 총리 지명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질 수 있다.
야당 3당에서 가장 많은 의석 수를 확보한 입헌민주당은 이번 지명 선거에서 27석을 가진 제3야당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를 야권 총리 후보로 지원하는 모양새다. 제 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스스로 후보를 내지 않고 제3당 대표를 밀기로 한 것은 정권교체 실현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진보 성향이 강한 입헌민주당은 중도·보수층 확장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전 재무성 관료 출신의 다마키 국민민주당 대표는 온건 보수로 분류된다. 입헌민주당이 총리직을 국민민주당에 내주더라도 제 1야당으로서 입법·예산 심의에서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다마키 국민민주당 대표는 일본이 “완전히 새로운 정치 상황에 돌입했다”며 정계 개편이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그가 “‘자민당 1강 시대’가 끝나고 다당 체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새로운 정권 운영의 규칙과 방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총리가 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각오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야당의 정권 교체에 속도가 붙으면서 조바심을 느낀 자민당은 우선 탕평인사를 바탕으로 ‘당내 결속’에 집중하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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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국회에서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와 니시다 마코토 공명당간사장이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스즈키 슌이치 자민당 간사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
다카이치 총재는 차기 내각 구상을 이례적으로 미리 공개하며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그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방위상에,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총무상에 기용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외무상에는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발탁을 검토 중인 것이 알려졌고, 이미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은 자민당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에 임명된 상태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는 “자민당을 단결시키려는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자민당 내부 불만이 커지면서 우려되는 ‘반란표 등장’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시바 퇴진’을 주도했던 아소파와 옛 아베파 인사들 중 상당수가 다카이치 지도부에 합류하며 자민당의 내분이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최근 다카이치 총재는 아소 다로 전 총리를 자민당 부총재로 임명했다. 자민당 간사장에 아소 전 총리의 처남이기도 한 스즈키 슌이치 전 총무회장을 임명했다. 간사장은 당 운영 전반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요직이다. 아소 전 총리는 당 내 파벌인 ‘아소파’ 의원들에게 다카이치를 지지할 것을 지시하며 사실상 다카이치의 당선을 도운 바 있다.
‘야권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자민당의 행보도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은 야당 3당이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분열 공작’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스즈키 간사장은 국회에서 신바 가즈야 국민민주당 간사장을 만나 총리 지명 선거 협력을 요청하고, 공명당과 연정 붕괴 원인으로 부각된 ‘정치자금 문제’ 대응을 위한 양당의 협의체 설치를 제안했다. 스즈키 간사장은 “과반 확보를 위해 기본 정책이 맞는 다른 정당에도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바 간사장은 자민당의 협력 요구에 당장 대답하기보다는, 연내 휘발유세 한시세율 폐지 등 정책 실현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상태다.
다카이치 총재는 전날 당 본부에서 열린 양원 의원 총회 자리에서 “공명당의 연립 이탈은 제 책임”이라고 사과하며 야당과의 연립 협의에 대한 의욕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자민당은 일본유신회로부터 협조도 모색 중이다. 자민당·공명당·유신 3당은 과거 고등학교 수업료 무상화나 사회보장 개혁 등에서 정책 협력을 강화해 온 전례가 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이 두 분야의 협력 지속을 확인하고, 다카이치 체제와의 관계 구축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 내 이견 역시 상존한다. 자민당이 이런 부분을 비집고 들어가 야권 연합을 뒤흔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은 집권의 핵심인 안보·에너지 정책부터 크게 갈린다. 입헌민주당은 집단 자위권 행사를 한정적으로 용인하는 안보 관련법의 위헌 부분 폐지를 요구하고, 당 강령에 원자력발전 축소 정책을 포함했다. 국민민주당은 두 정책 모두 상반된 입장이다.
마이니치신문은 “국민민주당이 일치된 안보·에너지 정책을 요구해 (연대) 실현의 장벽은 높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민당은 떠나간 공명당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다각적인 협상 루트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자민당과의 연정이탈을 선언하며 총리 지명선거와 관련해 ‘기권하거나 자신에게 투표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그러나 공명당은 13일이 되어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도 가능성 중 하나”라고 입장을 수정하며 자민당이 야당에 정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을 더욱 자극했다. 그러더니 같은날 니시다 마코토 공명당 간사장이 기자회견에서 “모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며, 야당 뿐 아니라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에게 투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드러내 정국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되는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