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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어떻게 사셨어요?” 가스도 안 들어오던 달동네, 아파트촌으로 탈바꿈 [세상&]

서대문구, 개미마을 일대 문화타운으로 재개발 추진 중
홍제역 역세권 개발 사업 위해 전담부서도 설치

개미마을은 도로가 좁고 경사가 가팔라 큰 차가 들어오기 어렵다. 손인규 기자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연탄 자원봉사 온 분이 동네를 보더니 ‘그동안 여기서 어떻게 사셨어요?’ 말하는데 억장이 무너지더라고요. 이제야 동네가 개발된다니 꿈만 같죠”

수십 년째 지지부진하던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개미마을’(서대문구 홍제동) 개발 계획에 속도가 붙고 있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신속통합 재개발사업 추진과 함께 서대문구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른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 있는 개미마을은 노원구 백사마을, 강남구 구룡마을과 함께 서울에 몇 안 남은 달동네다. 가파른 언덕길에 좁은 도로, 엉성하게 지어진 집들이 아직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인상을 준다. 실제 14일 방문한 개미마을은 큰 버스가 진입할 수 없을 만큼 도로가 좁고 언덕이 가팔랐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지난해 인왕산에 불이 났을 때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구청 직원들이 모두 나와 일일이 물을 퍼 날라 불을 껐다”며 “여기는 가스도 들어오지 않아 아직도 연탄을 때는 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개미마을은 아직도 난방으로 연탄을 때는 집이 많다. 집 앞에 내놓은 연탄재. 손인규 기자

개미마을은 수십 년 동안 재개발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소극적인 참여로 번번이 무산됐다. 무허가로 지어진 집들이 많아 소유권 확인도 어려웠다. 빈집도 많다. 현재 300동 정도의 가구가 있는데 상당수가 빈집이라고 구는 설명했다. 집의 노후도도 85.3%로 위험한 수준이다.

이에 서대문구는 개미마을과 이곳 인접지인 홍제4재개발 해제구역 및 문화마을 등 총 3개 지역을 일명 문화타운으로 통합 개발하는 신속통합기획 방식의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화타운(홍제동 9-81 일대)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선정위원회에서 조건부로 선정된 이후 지난 9월 서울시 선정위원회(소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구는 정비계획 수립 용역 착수, 서울시 관계부서 협의, 총괄기획가 위촉 및 자문회의, 해당 구역 토지 등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설명회 개최 등 절차를 이행해 확정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서대문구는 구릉지형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 토지이용계획 마련과 용도지역 상향 등 사업성 개선으로 재개발사업 실현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개미마을 재개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인규 기자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마을 진입 대로변은 30층 이상 고층으로, 산자락은 6층 규모의 테라스형으로 개발하고 수익은 공정하게 공유할 것”이라며 “신속한 사업 추진과 적극적 행정 지원을 통해 살던 분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고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개미마을과 함께 서대문구가 추진 중인 재개발 사업은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이다. 사업 대상 구역인 인왕시장·유진상가(홍제동 298-9) 일대는 지난 20여년간 주민 주도 조합 방식의 정비사업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다수의 이해관계로 사업이 번번이 좌초됐다.

구는 갈등을 조정하면서 지역 발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에 해당 지역이 2023년 11월 서울시 역세권활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후 구는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여러 차례 주민 소통의 장을 개최해 의견을 수렴했다. 그리고 올해 7월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을 확정했다.

또한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위한 연번 부여 동의서를 내줬으며 법정 동의율(50%) 이상이 확보돼 8월 14일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승인했다.

지난 9월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6조 공공시행자 지정 요건을 충족해 전국 최초로 지자체장을 재개발사업 사업시행자로 지정 고시했다.

재개발이 추진 중인 유진상가 모습. 손인규 기자

이 구청장은 “구는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 전담 부서를 설치해 전폭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2023년 대상지 선정 이후 공공시행자 지정까지 약 1년 9개월이 소요돼 통상 정비사업에서 5~8년이 걸리던 것에 비해 약 5년 이상 빠르게 진행함으로써 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구는 사업시행을 위해 통합심의 준비 등 행정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공동사업시행자 지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