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명 열광한 태양의서커스 ‘쿠자’
오는 12월 28일까지·잠실 빅탑시어터
샤리바리·휠 오브 데스·티터보드 압권
“태양의서커스는 늘 인간이 주요 테마”
오는 12월 28일까지·잠실 빅탑시어터
샤리바리·휠 오브 데스·티터보드 압권
“태양의서커스는 늘 인간이 주요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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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자’ 중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 장면 [마스트 인터내셔널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무게 725.7㎏(1600파운드), 지름 3m에 달하는 거대한 수레바퀴 두 개가 양쪽으로 달린 구조물이 공중에서 내려온다. 객석은 광대들의 장난질에 혼이 쏙 빠지는 동안 무대 위에선 실시간으로 ‘비장의 서커스’를 보여줄 채비를 한다. 육중하게 회전하는 텅 빈 두 바퀴 안으로 두 명의 예술가가 몸을 옮겨 천천히 걷다 이윽고 내달린다. 활화산처럼 내뿜는 전자 기타와 드럼 소리에 맞춰 아찔한 속도로 바퀴가 회전하면, 두 사람은 위태롭게 바퀴 안팎을 뛰어오른다. 무려 8m 높이에서 의지할 줄도 없이 시도하는 카운터 로테이션(스키, 스케이트보드 등의 턴 동작에서 상체와 골반을 비틀어 회전력을 더하는 기술). 죽음을 향해, 죽음에 도전하는 이 장면의 이름은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치명적일 만큼 폭력적인 보물 상자가 열린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마주할 경이로운 세계. 2007년 초연, 전 세계 23개국·66개 도시에서 800만 명의 관객과 만나온 태양의서커스 ‘쿠자’가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에선 2018년 첫 공연 당시 2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쿠자’(12월 28일까지, 서울 종합운동장 빅탑시어터)는 부산에 이어 지난 11일부터 서울 관객과 만나고 있다.
제이미슨 린덴버그 예술감독은 “태양의서커스는 언제나 인간을 중요한 테마로 삼고 있다”며 “‘쿠자’ 안엔 인생을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고난과 역경이 담겨 있다”고 지난 15일 오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쿠자’는 이노센트라는 이름의 주인공 캐릭터가 무대 위에 놓인 붉고 신비로운 상자를 열며 시작된다. 고대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기원한 ‘쿠자’는 ‘상자’, ‘보물’을 뜻한다. 상자 안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트릭스터는 이노센트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난다. 자아를 찾아 나서는 이노센트는 관객과 함께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수많은 아티스트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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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자’의 광대들 [마스트 인터내셔널 제공] |
태양의서커스가 자랑하는 6명의 연주자(트럼펫, 트롬본, 베이스, 드럼, 타악기, 색소폰, 전자 기타, 키보드)와 2명의 가수가 1970년대 펑크부터 1940~50년대 인도 전통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주는 동안, 무대에선 11개의 서커스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이누이트족의 전통놀이 ‘날루카우크’에서 영감을 받아 천으로 아티스트를 공중에서 던지고 받는 ‘샤리바리’(Charivari), 엄청난 유연성으로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주는 몽골의 전통 예술인 ‘컨토션’(Contortion), 7.6m 상공에 매달린 4.5m 길이의 밧줄 두 개 위에서 뛰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곡예사들의 ‘하이 와이어’(High Wire), 공중으로 몸을 던져 5회전 공중제비를 하는 ‘티터보드’(Teetsrboard) 등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순간들이 만들어진다. 공연에서 선보이는 서커스의 종류와 숫자는 달라진다.
곡예는 물론 곡예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까지 ‘쿠자’의 모든 과정은 사람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린덴버그 감독은 “단 한 번이라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옛날식 작품”이라며 “2025년에도 모든 세트가 수동으로 돌아간다. 완벽한 호흡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쿠자’는 캐나다 퀘백의 거리에서 1984년 시작,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한 태양의서커스의 20번째 작품이다. 작품마다 독창적 세계관과 예술 세계를 구현하나, ‘쿠자’는 그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작품’으로 꼽힌다. 창립자 기 라리베르테는 “‘쿠자’는 태양의서커스의 뿌리로 돌아가는 작품”이라고 했다. 전통 서커스 예술이 보여주는 위태로운 마법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린덴버그 감독은 “태양의서커스가 지금까지 높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감동과 재미, 위험한 요소를 아우르는 동시에 전통의 서커스 요소들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 안엔 아티스트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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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자’ 중 몽골의 전통 예술인 ‘컨토션’(Contortion) 장면 [마스트 인터내셔널 제공] |
태양의서커스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는 한 가지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달인들이다. ‘쿠자’에는 총 54명의 아티스트가 함께한다. 컨토션을 선보인 몽골 출신의 닌진 알탄호야크는 유창한 한국어로 “태양의서커스는 서커스 아티스트들의 꿈이다. 그 꿈을 이뤄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했고, ‘휠 오브 데스’를 맡고 있는 콜롬비아 출신의 지미 이바라 자파타는 “태양의서커스는 내가 세상을 보고 배우고 살아가고 즐기는 가장 큰 방법”이라며 “큰 꿈 하나를 이뤄서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이제야 세상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한국을 찾을 때마다 그해 최다 관객을 동원한 최고 인기 공연으로 꼽혀왔다. 해마다 한국 시장을 두드리나, 이번 ‘쿠자’는 조금 더 특별하다. 공연기획사 마스트 인터내셔널이 ‘쿠자’의 아시아 투어 전체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김용관 마스트 인터내셔널 대표는 “한국의 공연 기획사가 해외 대형 공연을 직접 주최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향후 태양의서커스와 함께 공연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한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태양의서커스 작품도 만들어져 국내 창작자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큰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