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간의 잔해, 빛이 되다” 윤현식 작가 개인전 ‘환생 還生’ 개최


조명 아래 드러난 화면의 요철은 숨을 쉬듯 빛을 흡수하고 내뿜는다. 거칠고 단단한 표면 위로 불규칙한 균열이 생명의 리듬처럼 흐르고, 미세한 틈새마다 빛이 스며든다.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1층에서 열리는 윤현식 작가의 개인전 ‘환생 還生’의 풍경이다.

이번 전시에 대해 장유호 무안군오승우미술관장은 “두터운 표면 속에 감춰진 생명의 흔적이 동시대 미술이 잃어버린 깊이의 미학을 일깨운다”며 “조형을 넘어 존재의 사유를 담은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윤현식 작가의 작품은 특정 전통이나 계보를 따르기보다 개인의 내면과 존재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한다. 작품을 통해 물질과 시간, 형상과 흔적이 한 화면에 공존하며 인간의 기억과 생명을 조형적으로 환원한다. 그는 두터운 재료층 속에서 ‘존재의 조형학’을 구축하며, 조형 행위를 넘어 철학적 탐구이자 물질이 사유로 변모하는 과정의 기록을 담는다.

그의 화면은 조용하지만 강렬하다. 광물성 분말을 안료처럼 녹여 사용하는 석체(石體) 분말을 여러 차례 반복해 올리면서 돌처럼 굳어가는 물질의 시간성을 화면에 담고 있다. 이는 ‘먹’의 무게를 지니면서도 수묵의 번짐은 허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시간이 굳어 형체로 남은 듯 단단한 질감을 만들고, 그 속에는 부서진 기억과 생명의 흔적이 교차한다. 층층이 얽힌 선과 곡선은 땅속에서 빛을 향해 솟구치는 생명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대표작 ‘숨의 기억’은 생명의 진동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균열 하나하나가 상처인 동시에 회복의 통로가 되며, 조명 아래에서 화면의 요철이 미세하게 드러나 단단한 표면이 숨을 쉬듯 빛을 흡수했다가 다시 내뿜는다.

대작 ‘부활의 땅’은 흙빛과 석체 질감이 뒤섞인 표면에 은분과 금분이 스며들며 고요한 빛의 층을 형성한다. 이는 외부에서 주어진 광채가 아니라 시간과 상처를 통과한 끝에 도달하는 내면의 빛이다. 오래된 지층의 단면을 연상시키는 화면은 삶과 죽음이 만나는 세계의 깊이를 보여준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작품 속 형상 너머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부서지고 다시 일어나고, 사라졌다가 되살아나는 생명의 서사는 사라짐이 종착점이 아님을 일깨운다. 무수한 구멍과 균열, 흔적과 질감 앞에서 관람객의 잠재된 기억이 흔들린다. 침묵 속 형상들은 삶과 죽음, 관계와 고독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전시장에 스며든 침묵과 빛의 결이 우리의 숨결과 만나는 순간, 그림은 언어를 넘어 존재의 근원으로 향하는 통로가 된다.

윤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고통은 생명이 깨어나는 자리이고, 균열은 새로운 생명이 숨 쉬기 위한 입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은 죽음이 아닌 순환의 기록이며, 사라진 것들이 다시 빛으로 변하는 순간을 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