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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리고 민생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법은 본질적으로 상식의 최소한이다. 민간의 자율과 창의는 되도록 존중되어야 한다. 이를 제한하는 법적 규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실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는 법규제의 속성을 고려할 때, 경직적인 자세로 급변하는 현실을 재단하려 한다면 자칫 퇴행적인 법 적용 우려가 있다.
법적 규제 중에서도 형벌은 법익과 사회질서를 보호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큰 행위에 한정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민사, 행정 등 다른 규제 수단을 먼저 검토한 후, 불가피한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발표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법률에는 무려 6000여개의 형벌 조항이 있고, 지난 20년간 40% 증가했다고 한다. 그간 경제 활동에 대한 형사적 규제가 얼마나 비대해졌는지를 보여준다.
배임죄는 최근 법원이 적용을 제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입법례에 비춰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구성요건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2024년 기준 배임죄 수사 단서 중 고소·고발 비중이 79%로 다른 재산범죄에 비해 월등히 높다(대검찰청 ‘2025년 범죄분석통계’). 반면 최근 10년간 배임죄 기소율은 14.8%로 전체 사건 평균 기소율(39.1%)보다 상당히 낮다(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 또한 2024년 기준 횡령·배임죄의 무죄율(1심 기준)은 7%로, 1심 전체 형사 공판사건 무죄율(3.1%)을 두 배 이상 웃돈다(법원행정처 ‘2025년 사법연감’). 광범위하고 모호한 구성요건이 불필요한 고소·고발과 수사 및 재판을 양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방안은 배임죄에 대하여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고 적용 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대체 입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더불어, 선의의 사업주를 보호하고, 형벌은 완화하는 대신 금전적 책임성을 강화한다. 경미한 위반은 형벌에서 과태료로 제재 수단을 전환하기로 했다. 또한 시정명령이나 원상복구명령 등 행정 조치를 통해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 즉시 형벌을 부과하는 대신 ‘先 행정조치-後 형벌 부과’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의적절하고 높이 평가할 만하다.
행정 편의를 위한 각종 신고·보고 의무 위반에 대한 형벌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제도가 변경되었음에도 그대로 유지되는 불합리한 형벌 조항도 있다. 예컨대 상장법인의 경우 회계기준이 과거 규정중심(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 기업의 판단을 존중하는 원칙중심(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으로 변경되었음에도, 모든 회계기준 위반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는 형벌 조항은 그대로다. 물가 상승을 제때 반영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지속적인 처벌 강화를 초래하는 문제도 있다. 예컨대 특정경제범죄법 무기징역 기준 50억원은 1983년에 도입되어 지금도 그대로다.
경제형벌 30%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 형벌을 신설하는 법률안이 발의될 때마다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 없는지, 형벌이 꼭 필요한지 엄격히 심사하는 절차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송창영 법무법인 세한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