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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최태원·노소영 ‘1.4조 재산 분할’ 파기환송

재산분할 1심 665억→2심 1.4조
대법 “원심(2심) 판결에 법리 오해”
노태우 비자금 재산 기여 불인정
위자료는 20억원 지급 최종 확정

최태원(65)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4)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재산분할로 1조3800여억원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깨졌다. 대법원은 “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리며 파기환송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16일 오전,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3심)에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하는 대신 “2심에서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에서 인정한 위자료 20억여원에 대해서만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관련기사 13면

이로써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이 이뤄질 예정이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분할 액수는 1조 3800억여원에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특유재산’ 인정 여부였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한쪽이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고유재산이다. 상속으로 이룩한 재산이 대표적이다. 특유재산은 부부가 협력해 이룩한 재산이 아라는 이유에서 이혼 시 분할 대상에서 빠진다.

지난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 받은 특유재산으로 봤다.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5월, 2심은 해당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반영했다.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비호 등으로 그룹이 성장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유·무형적 기여를 인정하며 양측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봤다. 이중 35%인 1조3808억원을 최 회장이 지급하라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노 관장의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어음 봉투를 제시했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봤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기나 방식은 특정하지 못했지만 이 돈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에 대해 최 회장 측에선 “300억원을 누가, 어떻게 전달했는지에 관한 사실관계가 전혀 없다”며 “논리적 경험에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불법 비자금이 상속·증여세 없이 후손에게 넘어가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며 “이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깬 근거로 “300억원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며 “노 관장 측이 기여분이라 주장하더라도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으므로 이를 재산분할에서 기여의 대상이라고 참작해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위자료 20억원에 대해선 원심(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앞서 1심은 노 관장에 대한 위자료로 1억원을 인정했지만 2심은 20배인 20억원을 인정했다. 2심은 위자료를 높인 이유에 대해 “최 회장이 헌법상 보장된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혼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행위 상대방과) 공개 활동을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역대 최고 위자료인 20억원을 인정했다. 위자료는 구체적인 계산 기준이 없어 재판부의 재량이 크게 작용한다. 원심(2심) 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의 존재를 인정하며 노 관장과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양측이 조정에 이르지 못하면서 결국 소송전이 번졌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며 맞소송(반소)을 냈다. 안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