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구원의 한달 전 보고서를 최신 보고서로 포장
15%로 25% 현실 설명, “경제 정책 신뢰 무너졌다”
15%로 25% 현실 설명, “경제 정책 신뢰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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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가 경남연구원의 한달전 한미통상 내부용 자료를 최신 보고서로 포장해 엉터리 홍보를 펼쳐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경남연구원 전경 [경남도 제공] |
[헤럴드경제(창원)=황상욱 기자] 경남도가 한 달 전 경남연구원의 한·미 통상 내부용 자료를 최신 보고서로 포장해 엉터리 홍보를 펼쳐 신뢰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한·미 통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경남도가 정책의 내용보다 모양새에 치중한 행정으로 도민과 도내 산업계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시의성 없는 자료를 근거로 한 보고서가 오히려 도 경제정책에 혼선을 가져오고 있다.
▶엉터리 홍보전 전말=경남연구원은 지난 15일 ‘한·미 통상 현안의 경남 파급효과와 대응 방향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는 “관세 15% 부과 시 경남의 대미 수출액이 연간 4990억 원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담았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자료는 지난 8월 말 작성된 내부 정책 참고용 문건으로, 도청 산업정책과의 요청에 따라 한 달이 지나 외부에 공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연구원은 “이 보고서는 도 내부 공무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든 GNI(경남연구원) 이슈 리포트”라며 “외부 공개는 경남도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보고서 작성 이후 한·미 통상환경은 크게 변했다. 현재 한국산 수출품에는 25%의 대미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협상도 타결되지 않았다. 즉 보고서의 핵심 수치와 전제 자체가 이미 현실과 크게 어긋난 것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당초 15% 관세안은 8월 협상 초기 단계에서 거론됐지만, 지금은 25% 세율이 유지되고 있다”며 “당시 5000억 달러로 보도된 대미투자 규모도 현재는 3500억 달러 수준으로 조정됐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한미통상 환경을 감한하면, 한 달 넘은 자료를 최신 보고서처럼 배포한 건 산업계 판단을 흐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남도 산업정책과는 “한·미 통상 타결 직후 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해 8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났지만 도민에게 관련 내용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현재 관세율과 투자 규모가 바뀐 만큼 연구원에 업데이트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행정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남도와 산하 출자기관인 경남연구원은 주요 경제 현안을 다루면서도 정확한 통계와 근거보다 ‘보고 시점’과 ‘보도자료 일정’에 맞춰 자료를 내는 경우가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자료를 빨리 내는 게 중요하지, 완벽한 검증은 그 다음 문제라는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속도 행정’이 정책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문제가 있나=이번 사안은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경남도의 행정 구조가 가진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 판단보다 ‘성과 홍보’가 앞서고, 출자기관인 연구원 역시 검증 없이 이를 수용했다는 점이다.
경남도 산업국은 지역 산업정책의 컨트롤타워지만, 산하기관과의 조율 부재로 이같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연구원 또한 연간 수십 건의 보고서를 내지만, 산업 현장에 실제 반영된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실적 중심 행정과 형식적 연구 문화가 반복되면서 정책의 실효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산업계에서는 “보고서 하나로 정책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자동차·기계·항공 등 주력 수출업종은 관세와 투자환경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정확한 데이터와 신속한 대응이 생명인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지방 행정기관의 자료를 더는 신뢰하기 어렵다”며 “중앙정부나 민간 통상 데이터로 직접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은 시의성을 잃은 통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도와 연구원이 실적에 매달리는 대신 실질적 산업 지원체계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이번 논란은 ‘실질적인 정책보다 대외 홍보, 실행보다 포장’을 앞세운 행정 문화가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역의 모 대학교수는 “경제정책이 내용보다 형식에 갇혀 있다면 산업 신뢰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면서 “경남의 산업 행정이 진짜 실력을 갖추려면 대외성이 아니라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