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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사망 동생의 절박한 요청…형의 대사관 신고 무용지물이었다 [세상&]

박모 씨 친형, 7월 25~26일 대사관·경찰에 신고
현지 한국대사관 “신고에 필요한 정보 불충분해”

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있는 범죄 단지로 추정되는 건물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이영기 기자] 최근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된 뒤 고문당해 숨진 20대 대학생의 친형이 한국 경찰에 최초 신고를 하기 전날 이미 현지에 있는 한국대사관에도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대사관에 근무하던 당직자는 캄보디아 경찰에 신고하는 세부 절차를 안내하는 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월 8일 캄보디아에서 숨진 대학생 박모 씨의 친형 A씨는 7월 26일 경찰에 최초로 112신고를 하기 전날 현지에 있는 한국대사관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그날 저녁 7시께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 당직 전화로 “동생이 국내에서 빌린 돈을 갚으려 7월 18일 통장 판매차 캄보디아에 갔는데 57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미얀마로 보내진다고 얘기한다”고 연락했다.

하지만 대사관 당직자는 “신고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며 추가 정보를 최대한 확보해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데 그쳤다. 특히 해당 당직자는 A씨에게 “현지 경찰 협조를 위해 신고 뒤에는 다시 연락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은 캄보디아 경찰에 관련 협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사관은 대한민국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납치·감금 의심 신고에도 현지 경찰 신고 절차 안내를 원칙으로 했다. ‘취업사기 감금 피해 시 현지 경찰 신고 방법 안내’라는 공지에서도 이 같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대사관이 현지 경찰에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것도 피해자나 가족이 직접 신고한 뒤에나 가능했다.

결국 동생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었던 A씨는 다음 날인 26일 경북경찰청 예천경찰서에 “동생이 대출금을 못 갚아서 감금된 것 같다”고 112신고를 했다. 경찰은 해당 신고를 받고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와 영사콜센터 등에 박씨의 소재 확인을 요청하는 등 파악에 나섰지만, 박씨는 다음 달 8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산 지역에서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은 같은 달 9일 박씨의 사망을 확인하고 11일 경찰청에 신원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 국가경찰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박모 씨 살인 사건 수사 입장문 [Koh santepheap daily]

다만 캄보디아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국가경찰청은 지난 10일 사망한 박씨의 사건을 면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국 측으로부터 어떤 정보나 신고·요청 등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씨의 친형이 최초로 동생의 납치·감금 의심 신고를 한 뒤 시신을 발견하기까지는 대략 2주가 소요됐다. 캄보디아 국가경찰청의 발표대로라면 해당 기간 한국 경찰과 외교부의 대응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캄보디아 법원으로부터 공동 부검을 승인받고 조만간 현지 의료기관에서 박씨 시신에 대한 부검 절차를 진행한다. 부검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팀과 경북경찰청 소속 수사관 등 관계자들이 입회할 예정이다. 박씨의 시신은 현지에서 부검과 화장을 마친 뒤 한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부검 날짜는 캄보디아 당국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미정인 상태다.

경찰은 박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현지 범죄조직과 연계된 국내 조직에 대한 수사도 서두르고 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대포통장 모집책 20대 홍모 씨의 윗선을 추적 중이다. 홍씨는 사망한 박씨의 대학 선배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그가 속한 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며 수사망을 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통신 기록·계좌거래 내용 등을 통해 이들 조직의 국내외 추가 범행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