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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적(政敵) 보복 정점...전 국가안보보좌관 볼턴, 기밀유출 혐의 기소

1기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 기밀 유출 혐의 기소
트럼프와 불화로 17개월만에 경질된 후 ‘트럼프 저격수’ 나서
트럼프의 전방위 정적 보복에 공화당서도 우려

지난 2018년 5월 존 볼튼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의 백악관 회담을 지켜보고 있다.[AF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존 볼턴이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됐다. 이를 두고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기소에 이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政敵) 보복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폭스뉴스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메릴랜드주의 연방 대배심원단은 16일(현지시간) 볼턴을 1급 비밀을 포함한 국방 기밀을 불법으로 보관하고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볼턴에 적용된 혐의는 총 18건이다.

기소장에 따르면 볼턴은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면서 수행한 업무를 상세히 기록한 “일기장 같은” 자료 수백장을 기밀 취급 인가가 없는 두 명의 친척과 공유했다. 그가 자료를 친척에게 보낼 때 사용한 개인 e-메일 계정은 이후 해킹됐는데 미국 당국은 해커가 이란 정부와 연계됐다 판단했다. 검찰은 또 볼턴이 많은 기밀 자료를 출력해 허가 없이 메릴랜드주 자택에 보관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볼턴 기소에 대해 질문받자 “난 몰랐다”며 “그는 나쁜 사람이다”라고 거듭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볼턴 기소는 정적 보복의 과정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볼턴은 1기 행정부때 강경한 외교 정책을 고수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다 17개월만에 안보보좌관에서 경질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엑스)로 볼턴의 경질 소식을 알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볼턴은 인터뷰, 강연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가차없이 비판하며 ‘트럼프 저격수’로 활동해왔다. 볼턴은 트럼프가 국가 기밀을 유출했다고 주장했고, 2019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해 재선을 도와달라”고 간청했다고 밝혔다. 2020년 발간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는 트럼프를 두고 “충동적이고 무능하다”고 신랄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그가 회고록에 기밀 정보를 포함했다며 제소했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 법무부는 수사를 종결하고 소송도 취하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사법 당국은 지난 8월 볼턴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전화기, 다량의 문건을 확보했다. 트럼프 2기 법무부의 고위 관료들이 메릴랜드 검찰청에 볼턴 기소를 서두르라고 압박했다는 정황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법무부 내에서 볼턴 수사에 관여하는 존 아이젠버그가 여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기소한데 이어 이번 볼턴 기소로 정적 보복을 이어갔다. 코미 전 국장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개입했다는 일명 ‘러시아 게이트’ 수사로 트럼프의 숙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크리스토퍼 레이 전 FBI 국장에 대해서도 “법무부가 수사 중일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 전 국장은 트럼프 1기때 임명됐지만 마러라고 자택 기밀문서 수사를 승인해 트럼프의 눈 밖에 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 당시 FBI가 군중들을 선동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연이은 정적 보복을 두고 공화당 내부와 우파 진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송에서 트럼프를 비꼬는 발언을 자주 한 정치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이 방송에서 하차했다 복귀하는 일이 벌어지자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마피아의 수법과 비슷하다”며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를 전례 삼아 똑같이 “우리를 침묵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파 성향 논객인 터커 칼슨도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모두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