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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과방위 국감 지뢰밭…위원장석 쥔 與내서도 “이게 맞느냐” 비판[이런정치]

‘정책 실종’ ‘정쟁 몰두’ 국정감사 첫 일주일
與, 조희대 집중 공세…최대 격전지 법사위
“한심한 XX”…국감 중 ‘비공개 전환’ 과방위
“강성당원 중심 정치 바뀌지 않으면 개선 어렵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권 등과 관련 여야 언쟁이 이어지자 추미애 위원장이 감사 중지를 선포한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상효 기자] 국회 국정감사 첫 일주일을 두고 정치권에선 여야가 정책 질의보다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 피감기관에 대한 질의는 뒷전이 되고 고성 공방은 물론 욕설이 실린 감정 싸움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두 상임위원회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장이 키를 잡고 있는데, 심지어 여권 내에서도 자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1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 있지 않느냐”며 “여야 다 반성해야 한다. 지금 법사위에서 우리(민주당) 법사위원들이 하는 걸 보면 이게 맞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감은 우리가 유권자·국민·시민을 대신해서 정부를 상대로 여러 현안과 당면 과제를 물어보고 같이 대안을 고민하는 시간”이라며 “최소한의 품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사위는 국감 시작과 함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감에 출석한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락하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약 90분간 조 대법원장을 향한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그동안 치러진 국감에선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한 뒤 이석하고 법원행정처장이 답변을 대신해 왔는데, 이런 관례를 깨고 조 대법원장에게 직접 질의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경위, 이른바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의 진위 등을 따져 묻겠다는 취지였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조 대법원장을 합성한 사진과 함께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윤석열이 조희대를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대법원을 일본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의원이 무리한 공세를 펼쳤다는 비판은 민주당에서도 나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음날(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의도는 이해하겠지만, 본질적인 답변을 이끌어내는 회의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법사위 대법원 국감은 15일에도 열렸다. 민주당 주도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현장검증이 강행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대법원 국감이 두 차례 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감이 실시되는 도중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복도에 나와 사진과 쇼츠 영상을 찍어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감을 의원 개인의 홍보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외유성 현장검증”이냐고 비판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17일 국회에서 국감 브리핑을 열고 “대법원 현장검사 국감에서 쇼츠를 찍어서 올리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국정감사에서 휴대전화 문자 폭로 사태와 관련 최민희 위원장의 회의 진행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

과방위 국감은 김우영 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간의 ‘문자 폭로’ 공방으로 막말·욕설이 난무했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국감 도중 박 의원이 자신에게 ‘이 찌질한 X아’라고 문자를 보낸 것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의 휴대폰 번호가 유출됐고, 박 의원은 이를 문제 삼으면서 “한심한 XX”라고 격분했다.

두 의원의 공방은 이틀 뒤인 16일 국감에서도 계속됐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두 의원의 대치가 길어지자 오전 개회 40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고, 오후에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거센 공방이 오가자 비공개 회의로 전환했다. 최 위원장은 “언론이 선택적으로 보도한다. 나가달라”고 요구했는데, 국감 중 비공개회의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한 과방위 위원은 국감 중 비공개회의에 대해 “전례가 많지는 않지만 없지도 않다”며 “조정이 안 되면 회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야 간사가 합의해서 비공개로 전환하고 빠르게 정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이 같은 진행에 대해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감 취지 자체가 행정부가 집행했던 내용들에 대해 국민들께 알리는 것이니 속성 자체가 투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싸우는 그림은 좋은 그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비공개회의에서는 국감 일자를 변경하는 안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이 번호 공개와 욕설에 대해 서로 사과하면서 회의 중단은 면했다고 한다. 이날 피감기관에 대한 질의는 오후 4시 29분에 처음 이뤄졌다. 최 위원장은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국감 재개를 선포하기 전 약 6시간 30분가량을 국회에서 대기한 증인·참고인들을 향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이 실종된 ‘정쟁 국감’의 원인으로 강성 당원이 주도하는 정치 양극화를 꼽는다. 박병언 정치평론가는 “국감은 여야 간 갈등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 주는 현장”이라며 “우리 정치 구조가 양극화돼 있고, 그 바탕에 그냥 당원이 아닌 강성 당원이 서 있어서 이를 바꾸지 않는 한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