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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청정지대 구례·평창·영양, 숲길 조성 빌미로 마구잡이 벌목

법망 피해 컨테이너 11개 분량 잘라
문금주의원 국정감사, 산림청에 지적

지리산.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숲길을 조성한다더니 컨테이너 11개 분량의 나무가 벌목된 사실이 20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법으로 의무화된 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타당성 평가 없이 진행된 숲길 공사 구간이 276㎞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청정자연 수목들이 대거 신음했다.

영양 오십봉(37.5㎥), 지리산 호수공원(86㎥), 양양 해안생태탐방로(35㎥), 구례 용방죽정(41㎥), 평창 청옥산(16.9㎥) 등 16 개 사업에서 총 362㎥의 나무가 벌목되었다. 20피트 컨테이너 11개 분량 나무가 타당성 평가도 없이 벌목된 것이다.

주무관청인 산림청은 지자체들이 법에 따른 타당성 평가를 시행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국회가 자료를 요청하자 파악에 들어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문금주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은 20일 산림청 자료를 분석, 2020년 이후 진행된 숲길조성사업 174건 중 120건이 타당성 평가 없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쪽에서 광주광역시에 이르는 거리에 해당하는 숲길에 대해 생태계 영향, 산림 보호 방안에 대한 검증도 없이 공사가 이뤄진 것이다.

문금주 의원 국회 질의사진

숲길조성사업은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으로 산림에 등산·트레킹·휴양 등 목적의 숲길을 만드는 사업이다. 2019년까지 산림청의 지자체 보조사업으로 진행되다가 2020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어 지자체 직접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같은 해 국회는 숲길조성사업의 지방이양시 산림의 무분별한 난개발·훼손을 막기 위해 생태계와 지역사회 영향 등에 관한 타당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산림휴양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산림청은 행정규칙인 고시를 통해 법률이 정한 타당성 평가 의무를 지자체들이 회피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줬다.

산림청은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고시인 숲길조성계획 타당성 평가 세부기준 제4조를 통해 추정 공사금액 5000만원 이하 또는 2㎞ 이하의 숲길구간 등에 대해 타당성 평가를 생략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 결과 숲길조성사업의 2km 이하 규모 연평균 사업 수는 2020년 지방이양 이전 4.3건에서 2020년 이후 16.3건으로 폭증하고, 전체 사업에서 2km 이하 규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4.3% 에서 56.3%로 2배 넘게 늘어났다. 멋대로 할수 있는 부분의 사업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문금주 의원은 “법률의 근본 취지에 맞게 숲길 공사 시 고시의 타당성 평가 예외사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며 “2020 년 이후 실시된 숲길조성사업 추진 과정에서 산림 벌목, 난개발 등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이 이뤄졌는지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