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공범 혐의에 신병 확보 실패
국회 의결방해 등 후속 수사도 영향권
국회 의결방해 등 후속 수사도 영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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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재 전 법무장관[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신병확보에도 실패하면서 동력을 이어가는 데 차질이 생겼다. 특검팀은 영장 재청구를 공언했지만, 만일 또다시 기각될 경우 계엄 국무회의 관련 수사는 물론 국회 의결방해 등 후속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주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하여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피의자가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피의자가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충분한 공방을 통해 가려질 필요가 있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영장전담 판사가 단순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 뿐만 아니라 위법성 여부까지 판단해 적시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국무위원들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지적은 특검팀의 수사 당위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이에 따라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을 통해 “법무부 장관 지위나 헌법적 책무,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납득이 어렵다. 위법성의 인식과 관련하여 다툴 여지가 있다는 기각 사유는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며 “신속히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특검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영장 재청구 없이 불구속 기소했던 것과 상반된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은 전시나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해 병력으로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선포할 수 있다”며 “피의자가 관장하는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 모든 부처가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시 군으로 사회질서를 유지할 상황, 비상계엄을 선포할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않고 있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 공지의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내란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 이어 내란 중요임무종사 피의자인 박 전 장관마저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영장 재청구 결과가 중요한 기점으로 주목받게 됐다. 특히 내란 방조 혐의였던 한 전 총리와 달리 박 전 장관은 사실상의 내란 공범에 해당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했음에도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특검팀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박 전 장관은 법무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단 입장이다.
특검팀은 일단 박 전 장관에게 오는 23일 재소환을 통보했다. 법원이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구체적 내용’에 다툴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만큼, 추가 조사의 초점은 위법성 인식에 대한 입증을 보강하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한 검찰출신 변호사는 “특검은 향후 재기각될 경우 다른 수사도 차질이 생기는 등 치명타를 입는 상황을 가정할 때 신중해야 하는 한편, 재청구를 공언한 만큼 안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영장기각 판사가 위법성 여부에도 의문을 표한 것을 감안할 때 결정적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특검이 무리하게 수사·기소대상을 너무 넓힌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계엄을 주도하고 적극적으로 가담한 김용현·이상민 전 장관과는 달리 계엄 절차에 따른 조치를 했던 국무위원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을 주장한 현 정부에서 특검이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따르는 양상을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은 마찬가지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내란 공범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수사라고 비판해 왔다. 박 전 장관이 참석한 국무회의 전 대통령실 상황과 계엄 이후 삼청동 안가 회동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 전부터 제동이 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