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상 있다면 주 52시간 초과 근무” 벤처기업 직원들도 원하는데…

벤처기업협회, 재직자 2141명 설문
70.4%가 “초과 근무 하겠다” 응답
획일적 52시간제…생산력 악화 지적

벤처기업 재직자 10명 중 7명은 적절한 보상이 뒤따를 경우 주 52시간 초과 근로도 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불 밝힌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헤럴드]

“벤처 기업이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템을 개발해도 제때 시장에 내놓지 못하면 사장되기 마련이다. 주 52시간은 그런 시간과의 싸움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한 IT 벤처 기업인은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벤처·스타트업 기업의 특성상 단시간에 결과물을 내야하는 프로젝트형 업무들이 많은데, 주 52시간을 지키며 개발 스케줄을 잡았다가는 시장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는 하소연이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의 입장 만이 아니다.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재직자들도 마찬가지다. 근로자로서의 워라밸도 중요하지만, 벤처기업이라는 모험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입장에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시간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 5일제를 넘어 4.5일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가 향후 논의과정에서 주 단위의 획일화된 근로제가 아닌 분기·연 단위의 근로시간 설정 등 유연화 방안을 고민해야한다는 대목으로 읽힌다.

벤처기업협회가 설립 30주년을 맞아 총 21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벤처기업 재직자 인식조사’ 결과 이 같은 목소리가 확연히 드러났다.

설문 결과 응답자 10명 7명에 달하는 70.4%가 ‘충분한 보상이 제공된다면 주 52시간 초과 근무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매우 있다’는 응답은 30.2%, ‘어느 정도 있다’는 40.2% 였다. 초과 근무 의향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7.7%에 불과했다. 주 52시간 초과근무 가능 의향은 특히 ‘전략·기획’과 ‘연구·개발’(R&D) 직군이 각각 81.2%, 80.0%로 높게 나타났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도’로 자율적 열정과 유연성이 무기인 벤처기업의 문화가 훼손되고, 생산성 악화 및 핵심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벤처기업의 핵심인력에 대해서는 주52시간제 적용 예외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 재직자들은 벤처기업의 조직문화와 근로환경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61.2%가 벤처기업의 조직문화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9.8%에 그쳤다.

주요 만족 요인으로는 ‘자율적인 업무 수행 환경’, ‘자유로운 소통 환경’이 각각 34.3%, 29.1%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비효율적인 협업 및 정보 공유체계’(30.7%), ‘불투명한 성과 인정 방식’(30.1%) 등은 불만족 요인으로 꼽혔다.

근무환경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2.6%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적절한 근로시간과 우수한 워라밸’(37.6%)을 긍정 요인으로 꼽은 반면, ‘낮은 급여 수준과 불균형한 보상 체계’와 ‘제한적인 복지 제도와 낮은 근무 편의성’은 불만 요인으로 지적됐다.

벤처기업과 대·중견기업을 비교한 질문에 응답자의 40.6%는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가 벤처기업의 장점이라고 답했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23.6%), ‘유연한 근로시간 및 워라밸 보장’(15.1%)도 긍정 요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미흡한 재정적 보상 및 복지 제도’(30.8%), ‘체계적이지 않은 조직 운영 방식’(28.4%), 불안정한 조직의 비전 및 재정상태‘(24.4%) 등은 단점으로 꼽았다.

이정민 사무총장은 “벤처기업은 유연하고 자율적인 문화로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지만, 벤처기업들이 성장하려면 현재의 강점은 유지하면서 보상과 시스템 개선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