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푸틴 대변인’ 된 트럼프에 ‘강경세’ 전환한 유럽...美 정보공유도 축소

러시아 주장 반복, 종전 압박하는 트럼프에
유럽, 러 동결자산으로 우크라 무기 지원 논의
네덜란드는 美에 정보공유도 축소키로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프랑스 유럽·외교부 장관 장노엘 바로(왼쪽)와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오른쪽)가 20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외무이사회 회의에 도착하고 있다. EU 외무 장관들은 러시아의 동결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에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EPA]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입장에 경도된 모습을 보이자 유럽이 강경세로 전환했다. 미국의 동의와 상관없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이유로 미국에 정보를 공유하던 것도 축소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한 이후, 유럽의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합의를 서두르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정상들은 오는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활용해 1400억유로(약 232조원)의 차관을 실행, 우크라이나가 무력을 보강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자금은 무기 구매에 사용될 분할 대출 형태가 될 전망이다. 유럽 내 친(親)러 국가인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마침 국경일 행사 참석으로 정상회의 초반에는 불참하게 돼, 회의가 일찍 마무리되면 헝가리의 동의 없이도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이 의결될 수 있다.

20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장관들은 EU가 러시아 동결 자산을 사용하는 것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에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판 빌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EU는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재정 자산을 어떻게 활용해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서 최상의 카드를 가질 수 있도록 강력한 출발점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러시아 동결자산을 활용한 자금이 “우크라이나가 최소 3년 동안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 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측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주에 (EU와) 만날 것”이라며 “유럽은 우크라이나와 통일된 입장을 가질 것이고,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의 정보국인 국내정보기관(AIVD)의 에릭 아커봄 총국장이 미국과의 정보 교류를 제한하겠다고 말했다.[AFP]

네덜란드는 미국과의 정보 공유도 축소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의 정보기관 수장들은 현지 매체 더 폴크스크란트(de Volkskrant)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정보의 정치화’와 러시아 지원 우려를 들어 미국에 공유하는 내용에 더 신중해졌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군사정보국(MIVD)의 페터르 레이싱크 국장은 러시아와 관련된 정보를 미국이 어떻게 사용할지 “불확실할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정보 공유시에 “그 점이 고려될 것”이라 답했다. 네덜란드 군사정보국에서 입수한 러시아 관련 정보를 미국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감안, 관련 정보 제공에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네덜란드 국내정보기관(AIVD)의 에릭 아커봄 총국장은 “때로는 ‘이 정보를 계속 공유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사안별로(case-by-case basis)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정보국 수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정보의 정치화”를 지향하고 있는 점도 정보 제공을 제한하게 된 배경이라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티머시 호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해임, 정보 분야도 개인에 대한 충성심에 근거해 개편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아커봄 총국장은 “우리는 우리 정보의 정치화와 인권 침해에 대해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수십년간 미국의 가장 확고한 정보 파트너 중 하나였다. 양국은 정보 교류를 지속해왔고, 네덜란드 정보요원들은 지난 2010년 이란인 엔지니어를 이용해 스턱스넷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란 시스템에 심는 등 이란의 핵 프로그램 방해 공작을 돕기도 했다. 이 같은 정보 동맹이 정보국을 충성파로 채우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포석과 전쟁 상황에서 종잡을 수 없는 러시아 대응으로 인해 위축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