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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실형률 겨우 높였는데…수사·재판 쌓인 노하우 사장 위기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사건 실형률
2019년 7%→2025년 38% 5배↑
수사검사 재판 참여해 입증 필요
“수사·기소 기계적 분리 악영향”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술유출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법안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술유출 범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 모습 [연합]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법안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술유출 범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술유출 전담 검사 양성, 중점 검찰청 운영 등으로 쌓아온 기술유출범죄 대응 노하우가 검찰청 폐지로 ‘사장’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검찰 뿐 아니라 피해 기업을 대리하는 변호사 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형율 ‘껑충’ 뛰어도 갈 곳 잃은 기술유출 전문검사=21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실형이 선고된 건수(1심 기준)는 ▷2019년 1건 ▷2020년 0건 ▷2021년 2건 ▷2022년 5건 ▷2023년 21건 ▷2024년 22건 ▷2025년(8월 기준) 1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선고 사건 대비 실형 선고율은 2019년 7%, 2021년 6% 등 10% 미만이었으나 2022년부터 크게 높아졌다. ▷2022년 45% ▷2023년 61% ▷2024년 43% ▷2025년 38% 등이다.

검찰은 2022년 9월 기술유출범죄 수사체계를 개편하면서 기술유출범죄에 대한 수사·공판 대응력을 높여왔다. 특히 전문인력 양성에 공들였다. 현재 전국 검찰청에 기술유출 범죄와 관련해 75명의 전담검사와 115명의 전담수사관이 배치돼 있다. 2023년만 해도 각각 46명, 60명이던 인원을 꾸준히 늘렸다. 매년 전담검사들이 수사·재판을 경험하며 전문성을 축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수원지검, 대전지검 등이 기술유출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이 폐지되면 어렵게 육성한 기술유출범죄 전문 인력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수사를 해 재판에 넘겨 놓고도 무죄나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쉬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술유출 범죄는 대표적인 고난도 사건이다. 지난해 기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건의 무죄율은 각각 13%, 14%다.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이 1%대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유출된 기술의 중요도가 높지 않다거나 특허, 논문 등을 통해 이미 공개된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피해 회사가 아닌 다른 기업으로 전달받았다는 주장도 펼친다.

검찰은 유죄를 입증하기 수사 검사를 공판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를 ‘직관’이라 한다. 기술유출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검사가 다른 검찰청으로 인사 발령이 나도 직무대리 방식으로 공판에 출석하는 경우다. 피고인의 범죄 인정 여부, 기술 설명의 어려움 등에 따라 직관 여부가 결정되지만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의 경우 대부분 수사 검사가 재판에도 출석한다.

피해 기업을 대리하는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검찰청 폐지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공판’ 대응력이다. 재판은 공판에 나온 검사가 판사 설득에 성공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유출 기술이 공개된 내용과 어떻게 다르고 어떤 개발 과정을 통해 피해 기업의 ‘독자적 기술’이 되는지를 공판 검사가 즉각 반박하기 어렵다. 재판에 공판 검사만 있는 것과 수사 검사가 같이 있는 것은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는 “무죄율이 높아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도 했다.

▶압수수색·구속 ‘골든타임’ 놓치면 끝=초기 수사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이 신경 써서 압수수색 영장과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증거 인멸을 막을 수 있다.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중요 증거가 대부분 ‘전자 정보’인 만큼 초기 압수수색이 중요하다. 휴대전화, PC, 클라우드 등에 저장된 정보는 클릭 몇번으로 증거를 인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위법 수집 증거’라고 공격하기도 쉽다. 전자정보를 선별해 압수수색하는 과정이 부적절했다고 주장해 압수된 증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전략이다. 공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사 단계에서 문제 소지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직접 수사를 한 검사가 재판에서 관련 주장에 반박하며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해외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다수 피의자들이 연관돼 있어 구속 수사 필요성도 높다. 최근에는 ‘팀’을 통째로 영입하거나 퇴사하는 순서대로 이직시켜 기술을 유출한다.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1~2명을 데려가서는 기술 탈취가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수사 검사가 참석한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유출된 기술이 계속 사용되는 걸 막을 수 없다. 피의자가 증거를 숨길 가능성도 높다”며 “가급적 최대한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실질심사에 검사가 직접 들어가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어려운 사건일수록 수사와 재판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사 경험이 재판에 도움이 되고, 재판 경험이 수사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며 “국가경쟁력에 손해를 끼치는 범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검찰청 폐지 이후 신설된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될 예정이지만 기술유출 범죄는 수사 대상에 속해 있지 않다. ▷내란 및 외환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 ▷마약범죄 등이다. 방위사업범죄 또한 기술유출 범죄의 일부지만 범위가 한정된다.

기술유출 사건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외 유출 사건만이라도 경찰, 검찰이 함께 수사하고 공소 유지를 할 수 있도록 독립된 수사청을 만들거나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면 좋겠다”며 “서로 수사와 공판 노하우를 주고받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검찰 개혁은 수사와 공판의 유기적인 연결 고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적 수사·기소 분리로 인해 중국 간첩들의 한국기업 기술 약탈의 길이 열릴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중국인 전면 무비자를 강행했다. 민주당은 중국 간첩 처벌법을 막으면서 노란봉투법과 상법으로 우리 기업의 손발을 묶었다”며 “대체 어느 나라의 정부·여당인가”라고 비판했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