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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유리천장 깬 ‘일본 최초 여성총리’ 다카이치…‘극우 연정’ 속도낼까 [디브리핑]

‘여자 아베’ 다카이치…‘강경보수’ 유신회와 새 연정 수립
독도·역사문제서 대응수위 높이면 한일관계 갈등 불가피
이달 야스쿠니신사 제사땐 참배 보류…향후 전망은 엇갈려
우경화 가속에 동북아 격랑 가능성…‘셔틀외교’ 지속이 관건
2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국회 중의원에서 열린 총리 지명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된 뒤 박수를 받으며 반응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엄혹한 동북아시아 정세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 지 관심이 모아진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이 1885년 내각제를 도입해 이토 히로부미가 초대 총리를 맡은 이후 제104대 총리이자 140년 내각제 역사상 첫 여성 총리다.

다카이치 총리는 집권 자민당 의원 시절 야스쿠니신사를 꾸준히 참배하고, 역사·영토 문제에서 한국 입장과 배치되는 ‘매파’ 성향 발언을 거듭해 왔다. 향후 한일 관계에 상당한 격변이 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국회 중의원에서 열린 총리 지명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된 뒤 박수를 받으며 반응하고 있다. [로이터]

일본 언론 분석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2012년 각료, 자민당 주요 보직을 연이어 맡으면서 이러한 강경 발언을 다소 자제했으나,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는 정기적으로 참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이후 새로운 연립정권 구성 등 국내 현안에 매달린 탓에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자주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일단 이달 17∼19일 진행된 야스쿠니신사 추계 예대제 기간에는 참배하지 않고 공물 대금을 봉납하며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했다.그는 지난해 총재 선거 당시에는 총리로 취임할 경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올해는 “적절히 판단하겠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아사히신문은 “이달 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있다”며 “이러한 외교 일정을 배려해 참배를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매년 봄과 가을 예대제, 패전일인 8월 15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던 다카이치 총리가 향후 현직 총리 신분으로 야스쿠니신사를 갈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북한, 중국, 러시아가 관계를 강화해 동북아시아 위기감이 한층 고조된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한미일 협력과 한일관계를 중시해 총리 재임 중에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일미 동맹과 함께 일·미·한, 일·미·필리핀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한국과 협력하며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일본 내 보수층을 결집할 카드라는 점에서 2013년 12월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불시에 야스쿠니신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사히는 다카이치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계속 보류하면 현직 총리의 참배를 원해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 사례도 참고해 대응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 주변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이해를 얻는다면 참배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것이 ‘적절한 시기’”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더라도 한일 간 영토·역사 문제에서 발언 수위를 높이거나 대응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2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국회 중의원에서 열린 총리 지명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된 뒤 박수를 받으며 반응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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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576944

그는 지난달 혼슈 서부 시마네현이 매년 2월 22일 개최하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 행사에 보내는 정부 대표를 차관급인 정무관에서 장관으로 격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정무관을 파견했는데, 각료가 참석한다면 독도 문제에서 앞으로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역사 인식이 온건하다고 평가받은 이시바 시게루 내각도 외교청서와 방위백서 등을 통해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는데, 다카이치 내각이 더 강경한 발언을 내놓을 경우 양국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발언도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17일 일본 치바현 간다외어대학에서 일본학을 가르치는 제프리 홀은 엑스에 1994년 10월 12일 다카이치 당시 중의원과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설전을 벌이는 영상을 공유했다.

당시 다카이치 의원은 무라야마 전 총리가 아시아 국가들에 일본의 침략 행위에 대해 사죄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국내적으로 그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 이름을 알려 달라”고 추궁했다.

이에 무라야마 당시 총리는 “당시 군국주의였던 일본에서 지도자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다카이치 의원은 “50년 전 당시 지도자가 했던 것을 잘못이라고 단정하고 사과할 권리가 현재 50년 뒤 이 나라에 맡겨졌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무라야마 당시 총리는 “나는 일본 총리로서 일본을 대표해 아시아 국가들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는 반성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으나 다카이치의 공격은 계속됐다.

다카이치 의원은 “나 자신도 아시아 사람들, 또 대전(전쟁)에서 희생된 많은 일본인에 대해 정치가로서 정말 안 좋은 일을 했다고, 이제부터 전향적으로 과거를 반성해 가자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은 이상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총리 자신이 일본을 대표해 사과하고 반성을 표명하는 것은 상당히 큰일”이라면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국민적 논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근거로 침략 행위라고 하는 건지 명확히 보이지 않으면 마음대로 (나라를) 대표해서 사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한일관계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전 총리가 재개한 ‘셔틀 외교’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취임한 이 대통령은 이시바 전 총리와 지난달까지 세 차례 회담하며 셔틀 외교 중요성을 확인하고, 양국 공통 과제에 함께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이 연내 개최를 추진해 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할 수도 있으나, 정상회의 일정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시바 전 총리는 중국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편이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을 중시하고 중국 일부 지역의 인권 문제를 비판했던 터라 중국이 당분간은 새 내각의 외교 정책을 지켜본 뒤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 조율에 응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