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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억 초과 아파트 절반은 현금으로 샀다

8~9월 매매 등기부등본 분석
50건 중 23건 전액 현금 거래
현금자산가 중심 구조 고착화

# 강남구 삼성동 ‘상지리츠빌카일룸4차’ 273㎡(이하 전용면적)는 9월 11일 122억원에 거래됐는데 등기상 별도의 근저당권 설정 없이 현금으로 매수했다. 같은날 매매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도 48억원 전액 현금으로 대금을 치렀다.

서울 초고가 아파트의 절반가량은 매수자가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대출 한도를 줄이고 고가주택 중심의 집값 상승세를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대출한도를 낮춘 이번 정책이 오히려 현금자산가 중심의 시장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현금매입 비중이 높은 고가주택 값을 잡겠다고 내건 전방위적 대출 규제가 중산층과 실수요자의 부동산 시장 진입장벽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4면

23일 헤럴드경제가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직전 두달간(8~9월 기준) 서울에서 거래된 ‘25억원 초과’ 아파트(직거래 제외) 중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된 50건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23건이 대출없이 전액 현금으로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이 있는 27건 가운데 시중은행 및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을 일으켜 매입한 경우가 25건이었고, 개인간 대출과 대부업체 대출이 각각 1건이었다.

앞서 정부는 10·15 대책을 발표하며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대로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금매입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9월 4일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94㎡를 매수자가 50억원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 8월에는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시티파크’ 181㎡가 38억3000만원에 팔렸는데 별도의 근저당권 설정이 없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10·15 대책 이후 까다로운 허가 절차·대출 제한으로 1주택자 갈아타기도 사실상 차단됐고, 금리 하락이 지연되면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선 대출가능 한도 내 매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현금자산층만 움직이는 시장으로 변질되고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 붕괴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호가만 남고, 거래 기준점이 사라져 평가가 불가능한 ‘가격 블랙아웃’ 상태가 될 것”이라며 “자산이동성이 있는 상층은 시세차익을 누리고, 중산층 이하는 시장 진입 자체가 봉쇄돼 자산 불평등을 구조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