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말달리자’·축제 ‘너트30버…’ 개최
“인디는 한과 흥 서린 한국적 로큰롤
6000번 부른 ‘말달리자’, 최고의 곡”
“인디는 한과 흥 서린 한국적 로큰롤
6000번 부른 ‘말달리자’, 최고의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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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밴드 크라잉넛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30주년은 인디 30주년과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 |
“저흰 정원에서 잘 손질된 꽃이 아니라 우리만의 개성을 갖고 길거리에서 피어난 야생화였어요.”(한경록)
크라잉넛의 시간은 한국 인디신의 시간과 공명한다. 1995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태어난 크라잉넛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인디 밴드다.
크라잉넛 리더이자 베이스인 한경록은 지난 22일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연 간담회를 통해 “우리의 30년은 곧 인디의 30년”이라고 말했다. 서른살 생일을 맞은 올해, 크라잉넛은 특별기획 전시 ‘말달리자’와 ‘너트30 페스티벌’을 연다. 멤버들은 “자축 파티이면서도 인디에 바치는 선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크라잉넛은 한국형 펑크록의 시초격인 밴드다. 드럭에서 활동을 시작, 1996년 나온 데뷔 앨범 ‘아워네이션 1’에 실린 ‘말달리자’는 인디신을 대표하는 상징적 노래가 됐다.
이번 행사는 멤버들의 오랜 고심 끝에 기획됐다. 데뷔 30주년이자 한국 인디의 30주년이며 상상마당 20주년이라는 의미까지 더해 특별한 자리로 만들고 싶어서다. 이에 음악과 미술을 넘나들며 밴드의 여정과 홍대 인디신의 역사를 조명하는 자리를 준비했다.
한경록은 “인디 음악은 한과 흥이 서린 한국적인 로큰롤”이라며 “반항만 해서는 이렇게 오래 갈 수 없다. 버텨냈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수(건반·아코디언) 역시 “인디 음악은 메이저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장르”라고 했다.
돌아보면 아득한 시간이었다. 1995년 4월 5일, 드럭에서 미국 록밴드 너바나의 보컬인 커트 코베인(1967~1994)의 1주기 추모 공연이 열리던 그날, 크라잉넛은 세상에 나왔다.
한경록은 “1995년 음악을 시작한 홍대 변두리 라이브 클럽 드럭은 굉장히 어둡고, 축축하고, 지저분했지만 매력이 조금 있었다”며 “처음 공연을 연 이곳을 재현하기 위해 멤버 다섯명이 직접 그라피티 작업도 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드럭의 입장료는 고작 3000원. 이곳에는 ‘단속’을 이유로 수시로 경찰이 들락거렸고, 그때에는 버는 돈은 족족 벌금을 내는 데 썼다. 관객이 너무 없어 어떤 날엔 단 한 명의 관객만 두고 노래를 하기도 했다.
여럿이 함께 활동하는 밴드나 아이돌 그룹은 활동 중간에 멤버들이 들고 나지만, 크라잉넛은 지난 30년간 멤버 변화 없이 한 길을 이어왔다. 박윤식, 한경록, 이상면(기타)·이상혁 형제가 모여 밴드를 꾸렸고, 1999년 김인수가 합류했다.
다섯 멤버가 내놓은 많은 히트곡 중 ‘말달리자’는 단연 최고의 곡이다. 1995년 발매된 이 노래는 홍대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이 곡의 인기에 1997년 5월 홍대와 명동에서 열린 거리 공연 ‘스트리트 펑크쇼’에 크라잉넛이 등장했을 때, 인디신은 땅속 깊숙이 잠들었던 용암을 뿜어냈다. 당시를 떠올리며 멤버들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오게 된 계기”라고 했다.
한경록은 “‘말달리자’를 데뷔 이래 지금까지 몇 번 불렀나 세어보니 30년간 6000번 정도는 되겠더라”며 “우리를 있게 해 준 노래”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크라잉넛은 회식 후 귀가 시계를 재촉하는 ‘밤이 깊었네’, 서정적 노랫말의 추억 찬가인 ‘명동콜링’과 ‘좋지 아니한가’ ‘매직서커스유랑단’ 등 주옥같은 명곡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3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크라잉넛의 미공개 소장품, 신작 아트워크, 오디오·영상 아카이브 등을 소개한다. 상상마당 지하 2층 홍대 라이브홀에선 크라잉넛과 김창완, 김수철, 장기하, 잔나비 등 선후배 음악가가 함께하는 음악 축제 ‘너트30 페스티벌’이 열린다.
고승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