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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가을비…경남도내 농민들 깊은 한숨만

벼 수확 늦고, 양파·마늘 식재 지연
김장 배추·단감·시금치등 피해 확산
경남도, 전 농작물 피해실태 파악 중

경남도 농정국이 고성군 고성읍에서 벼 곰팡이성 병해인 ‘벼깨씨무늬병’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남도 제공]

벼 곰팡이성 병해인 ‘벼깨씨무늬병’이 확산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헤럴드경제(창원)=황상욱 기자] 가을 들녘이 수확의 기쁨 대신 농민들의 깊은 한숨 소리만 들리고 있다.

경남 지역은 지난 여름 폭염과 푹우에다 이례적으로 잦은 가을비가 이어지면서 벼 수확이 늦어지고, 논 갈이도 못해 양파·마늘 파종 시기를 놓친 농가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배추와 단감, 시금치 등 주요 농작물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24일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 부·울·경 평균기온은 25.9℃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여름 내내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됐다고 밝혔다. 장마는 평년보다 짧았지만 7월 중순 산청 단성면에서는 시간당 101㎜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이후 9월부터 가을비가 이어지면서 농작물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계절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면서 “예년보다 잦은 가을비와 급격한 기온 변화로 농업 현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진주·창녕·함양 등 서부 경남 지역은 지난 달 이후 25일 가량 비가 내려 평년보다 7일 이상 많았다. 일조시간은 76시간 줄어 작물 생육이 크게 떨어졌다. 논에는 물이 빠지지 않아 콤바인이 들어서지 못하고, 양파와 마늘 식재도 지연되고 있다.

진주시 정촌면의 김모(63) 씨는 “비가 계속 내려 벼를 베지도 못했고, 논이 질어 마늘도 심을 수 없다”며 “예년 같으면 이미 마늘 파종이 끝났을 때”라며 울상을 지었다. 양파주산단지인 창녕의 한 농민도 “논이 마르지 않아 논갈이 자체를 못 하고 있다”면서 “양파 심는 시기를 놓치면 싹이 얼어버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배추밭에는 무름병과 노균병이 번지고 있다. 진주·사천 일대에서는 배추 10포기 중 2~3포기가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구멍이 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경남도농업기술원은 “습도가 90% 이상 지속돼 병원균 활동이 활발했다”며 “과습과 배수 불량이 무름병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단감도 예외가 아니다. 단감 탄저병 피해율은 8월 0.7%에서 9월 8.2%로 10배 이상 늘었고, 줄기 탄저병도 10.7%까지 증가했다. 남해, 고성 등의 시금치는 잎이 물러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벼에도 곰팡이성 병해인 벼깨씨무늬병이 확산하면서 농심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도내 벼 재배면적 6만231㏊ 중 8.2%인 496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벼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이 병을 농업재해로 인정했고, 경남도는 오는 31일까지 18개 시·군을 통해 피해조사를 진행 중이다. 피해율이 30~80%인 농가에는 ㏊당 82만원의 농약대, 80% 이상은 372만원의 대파대가 지급된다. 피해 벼는 농가 요청 시 전량 수매된다.

경남도 농정국은 잦은 가을비로 작황 부진과 식재 지연이 이어짐에 따라 전 농작물에 대한 피해 실태를 파악 중이다. 도 관계자는 “마늘·양파는 월동작물이라 파종이 늦어지면 얼(동해·凍害) 피해가 우려된다”며 “피복 자재를 미리 준비하도록 농가에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곤 농정국장은 “도와 시군이 협력해 피해 조사와 복구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예측 불가 농업재해에 대비해 재해보험 가입을 적극 권장한다”고 말했다.

창녕의 한 농민은 “지금도 가을비가 내리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논이 마르고, 하늘이 개야 양파 파종 등을 준비를 하는데 현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